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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수 외국인 비율 0.9%, 비율상 '역대 최대' 인기 지역은 단연 충남 아산시, 각종 호재 쏟아진 영향인 듯 꾸준한 인기 구가하는 아산시, "저렴하고 접근성 높아"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들인 부동산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 여파로 내국인의 주택 수요는 주춤했지만 반대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여전히 뜨거운 상태다. 특히 최근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지역은 다름 아닌 충남 아산시다. 디스플레이·이차전지 관련 기업 투자가 잇따르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이 추진 중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몰리는 한국 부동산, 인기 지역은 '충남 아산시'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이들 중 외국인 수는 총 1만5,614명으로 전체 매수인의 0.9%를 차지했다. 매수 건수로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0년의 역대 최다(1만9,371명)엔 못 미치지만, 매수 비율로는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집계가 시작된 2010년까지만 해도 국내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은 4,307명으로 전체 거래의 0.2% 비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제주에서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지방에서 가장 외국인 투자가 활발한 지역은 충남 아산시(2.7%)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산에서 매매 거래된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매수자는 1만4,83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 매수자는 402명으로 2.7%를 차지했다. 당초 이 지역은 이용할 만한 식당이나 학교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해 외국인이 거주하기 적합한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외국인 부동산 투자가 자주 이뤄지는 건 일자리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세를 놓고 임대 수익을 거두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산에선 국내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생산 시설이 가동되고 있어 이곳에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매물로 나오면 금방 팔린다”고 최근 지역 부동산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말께 충남 아산 탕정외국인투자지역 등이 첨단투자지구로 지정된 영향도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외 기업의 첨단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아산을 포함한 충남 3곳 등 지역을 첨단투자지구로 지정했다. 첨단투자지구로 지정된 지역엔 부지 장기임대를 비롯해 임대료·부담금 감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특례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되고,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 등 규제 특례는 물론 국가재정사업도 우선지원대상이 된다. 특히 아산 탕정외국인투자지역의 경우 유일하게 단지형 첨단투자지구로 설정되면서 기대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잇따른 디스플레이·이차전지 관련 기업 투자와 GTX 노선 연장에 첨단투자지구 지정 등 각종 호재가 겹친 게 외국인이 몰린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기 추세 아산시, 2020년부터 투자 증가세
아산시 내 외국인 건축물 거래는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게 아니다. 이미 지난 2020년부터 아산시엔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들기 시작한 바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충청권 외국인 건축물 거래량은 총 1,483건(대전 215건·세종 68건·충북 384건·충남 816건)으로 전년 동기 1,173건(대전 217건·세종 41건·충북 326건·충남 589건)보다 310건 늘었는데, 이중 외국인 거래 비중은 천안(325건)과 아산(236건)에 절반 이상 몰려 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외국인의 건축물 거래는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선 충남 천안과 아산지역에서 외국인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며 “외국인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수도권에 비해 저렴하고 위치나 접근성이 좋은 천안·아산지역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아산시는 외국인 및 외국국적동포(고려인) 전국 최다 거주지역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에 지자체 차원의 외국인 겨냥 정책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산시는 지난해 9월 함께 외국인 최다 거주지역으로 꼽힌 경기 안산시, 인천 연수구와 함께 '국내거주 외국인 및 동포 정책 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 건의문 채택 및 서명식을 진행한 바 있다. 이민정책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외국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외국인 친화적 태도도 올해까지 꾸준한 외국인 유입이 이뤄진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시장의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