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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등 일부 부서 축소 계획 발표
최대 8,000개 일자리 AI 대체 선언하기도
5대 빅테크 직원, 팬데믹 전보다 71%↑
지난해 시작된 정보기술(IT) 업계의 감원 행렬이 해를 거듭해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IT 기기 제조업체 IBM이 일부 사업 부문의 인력 축소를 결정하면서다.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가 빨라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AI의 발전과 기업의 인력 축소는 별개의 사안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성장세 둔화에 수익 극대화 돌입한 IBM
12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조나단 아다셰크 IBM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IO)는 내부 회의를 통해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인력 축소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IBM이 지난해 최대 8,000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힌 만큼 최소 수천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IBM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IBM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3,900개 일자리를 줄여 비용을 줄이고,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최대 8,000개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간 업무지원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 2만6,000명 가운데 약 30%는 AI나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IBM의 감원 움직임은 회사의 성장세가 둔화에 돌입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꾸준한 실적 성장세에도 그 폭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IBM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매출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대규모 감원을 결정한 2022년 4분기 매출은 166억9,000만 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동기(167억 달러)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같은 IBM의 성장 둔화는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이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매년 급성장을 거듭 중인 것과 대조되는 성적이다. IBM은 과거 전 세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AI 왓슨(Watson)의 차기 모델 개발에 착수한 바 있지만, 실패에 그치며 관련 사업부를 미국 투자 회사 프란시스코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슈나 CEO는 “왓슨을 이용한 수익화와 상용화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진단하며 “세상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무리한 도전에 나선 것은 명백한 우리의 실수”라고 말했다.
AI 투자 확대와 감원, 원인과 결과 아닌 별개의 사안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은 비단 IBM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IT 업계 고용 현황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두 달 동안에만 MS와 스냅, 이베이, 페이팔 등 138개 빅테크 기업에서 3만4,000여 명의 근로자가 자리를 정리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유니티 등도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연이은 감원 행렬은 20대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해고 인증’과 같은 신풍속을 낳기도 했다. IT 업계 종사자가 해고 통보를 받는 순간을 촬영한 이들 영상은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 확산했다. 영상 게시자들은 “‘이제 내 차례가 왔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켠 채 회의에 입장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 가운데 일부 영상은 300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AI의 일자리 대체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많은 기업이 AI 분야 투자 확대를 이유로 들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AI 투자 확대는 관련 분야의 발전으로 인한 세계적 흐름이며, 연이은 감원은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중요시되던 때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채용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아마존, 구글, MS, 애플, 메타 등 글로벌 5대 빅테크가 고용 중인 인원은 총 216만 명으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71%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와 올해 대대적인 감원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IT 업계의 과잉 채용이 심각한 수준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AI 관련 인력을 확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생성형 AI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대신 기타 사업부를 정리하고 나선 메타가 대표적 예다. 메타는 2022년 4분기부터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하지만 AI 부문 인력 증강으로 인해 순인력은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메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