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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CPI 33년 만에 최고치, 보조금 삭감 영향인 듯 긴축 재정 고수하는 밀레이 정부, "인플레이션 둔화 양상" 물가 상승 여전한데 경기는 침체, 아르헨티나 덮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펼친 결과다. 물가상승률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지만, 밀레이 정부는 당분간 양적완화와 긴축 재정을 계속 고수하겠단 방침이다.
아르헨티나 CPI, 전년 대비 '276.2%' 상승
12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은 이날 2월 CPI가 지난해 대비 276.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1년 3월(287.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아르헨티나의 CPI 상승률은 근 3개월 연속 200%를 웃돌고 있다. 이처럼 CPI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대선 공약인 긴축 재정을 앞세워 사회 보조금을 대폭 삭감한 영향이다. 실제 보조금 삭감 이후 대중교통 및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CPI 상승률은 더욱 가팔라졌다.
아르헨티나 내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중교통 및 에너지 가격의 추가 인상까지 예정돼 있어 생활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밀레이 정권 출범 이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지속 하락해 수입 물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밀레이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페소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800페소로 출범 이전 360페소대에서 50%가량 평가절하된 바 있다.
이 같은 아르헨티나의 경제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브라질 금융 대기업인 이타우그룹에 따르면 올해 12월 아르헨티나의 CPI 상승률은 1년 전에 비해 18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은 1,695페소에 이를 전망이다. 이타우그룹은 "아르헨티나의 실질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로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 정부는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하고 있단 입장이다. INDEC에 따르면 지난 2월 아르헨티나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13.2% 선에서 그쳤다. 이는 정부와 민간 연구소가 예측한 15%보다 낮은 수치로, 특히 1월 기록한 월 20.6% 상승세에 비하면 기세가 크게 꺾인 수준이다. 밀레이 대통령도 낙관적인 의견을 거듭 제시하는 모양새다. 밀레이 대통령은 "12월 물가 상승률은 45%까지 치솟을 수 있었음에도 25~30% 수준에 그쳤다"며 "특히 민간 컨센서스가 30% 내외일 것으로 전망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나은 수치”라고 자평했다.
상승 폭은 둔화세, 중앙은행도 본격 금리 인하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가시화하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도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11일 BCRA은 기준금리를 연 110%에서 80%로 30%p 전격 인하했다. 이와 동시에 은행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정기적금 최저 금리 규제도 폐지했다. BCRA 측은 "물가가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달러 환율에 반영되면서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사이의 갭이 10%대로 떨어졌기에 금리 인하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금리 인하의 개연성을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밀레이 정부가 보조금을 확 줄이면서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 침체) 조짐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아르헨티나의 소비 판매는 전월 대비 6.4% 하락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8.5% 급락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1월엔 약품(-45.85%)과 품·음료수(-37.1%)에 대한 소비도 줄었다"며 "약품과 식품은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불문율마저 깨져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듭된 세수 펑크로 고통받던 아르헨티나로선 건전 재정 전환을 위한 일말의 고통은 불가피한 지점이 분명 있다. 문제는 여력이 다소 부실한 아르헨티나가 현시점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제대로 견뎌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더군다나 시장에선 아르헨티나의 소비 하락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앞서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또한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률을 -2.3%로 조정하며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각종 암울한 전망 속 아르헨티나의 '버티기 전략'이 먹혀들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