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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주식 거래 정지 겹악재에도 사업 이어가는 태영건설, 커져가는 손실에 '사업장 매각 실패' 의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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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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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자본잠식'은 워크아웃 영향? 금융당국도 "통상적인 과정"
부동산 PF 사업 유지하는 태영건설, "사업 중단해도 손실은 그대로"
처리 방안 미결정 사업장도 여전히 많아, "사실상 안 팔려서 못 파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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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유가증권 시장에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에선 향후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계속 진행하는 과정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주식거래가 중지에 따른 투자자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잠식' 빠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불가피한 과정"

13일 태영건설은 자본총계가 2022년 말 1조186억원에서 작년 말 -5,626억원으로 감소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부채는 5조8,429억원으로, 현재 자산인 5조2,803억원보다 많아 자본잠식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주식은 주식은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40조에 근거, 매매거래가 즉시 정지된다. 이달 중 2023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 최종 감사의견 결과에 따라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자본잠식과 관련해 태영건설 측은 "워크아웃 진행에 따른 불가피한 과정일 뿐"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시에는 '공동관리절차 개시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예상 손실 반영‘이라고 기재했다. 직접 채무는 아니지만 그간 우발채무로 분류됐던 PF사업장에 대한 보증채무를 주채무화하고 태영건설 전체 자산에 대한 자산성 검토 결과와 PF사업장 추가손실에 대한 충당부재 예측분도 작년 실적에 반영했다는 게 태영건설의 주된 주장이다.

채권단과 금융당국 역시 태영건설 자본잠식이 지금의 워크아웃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자본잠식은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도란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PF 사업장에 보증을 선 게 9조원이라 가정하면 이것 모두가 손실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사업성이 좋은 PF 사업장에선 회수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장부상 문제일 뿐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워크아웃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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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커져도 사업은 유지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은 대부분의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사업장 59곳 중 30~40여 곳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브릿지론 단계의 18개 사업장 대다수는 이미 처리 방안을 제출한 상태고, 이 중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 부지를 경·공매에 부치기로 결정한 곳은 1∼2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는 모습을 거듭 비추다 보니 투자자들 입장에선 태영건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사업 유지에 대해선 태영건설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애초 사업을 중단한다 해도 손실은 그대로인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PF 공사를 중단할 경우 대주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사업 유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브릿지론 단계의 미착공 사업장의 경우 경·공매로 부지를 매각해도 회수한 자금이 선순위 채권자에게 모두 돌아가면 중·후순위 채권자는 손실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를 계속해도 분양 시점의 부동산 경기에 따라 대주단의 채권 회수 여부는 갈릴 전망이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사업을 유지하고 보는 게 더 이득이라고 태영건설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처리 방안 미결정 사업장 20%, 사업장 매각 제동 걸렸나

한편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부동산 PF 사업장 중 20%가량은 제출 기한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업장 처리 방안을 결정하지 못했다. 브릿지론 사업장을 중심으로 내부적인 의견 차이가 분분한 탓이다. 앞서 언급했듯 브릿지론을 성급히 매각하면 손실이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붙잡고 가자니 이 또한 손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실상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사업장 매각 타진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의 손실 때문에 매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안 팔려서 매각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기한은 다가온다. 내달 11일 태영건설의 최종 기업개선계획이 결의되는 만큼 이전까지 논의를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주단이 PF 사업장 처리 계획을 세우지 못할 경우 채권단과의 협의에 따라 사업장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에 대한 최종 처리 방안은 대주단과 산업은행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만약 대주단이 처리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산업은행은 PF 사업장에 대한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장 처리 방향성을 결정하게 된다.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진행된 산업은행의 태영건설 PF 사업장에 대한 실사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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