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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디, 롯데하이마트와 유통 계약 체결해 한국 진출
"1인 가구 가성비 소비 노린다" 소형 가전 부문에 총력
중소기업 대거 분포한 소형 가전 시장, 본격 지각변동 위기
중국 3대 가전사 중 하나인 '메이디(美的集团)'가 국내 시장에 상륙한다. 롯데하이마트와 직접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가전업계에서는 메이디가 1인 가구용 소형 가전 시장을 적극 공략, 국내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국 공략 나선 메이디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하이마트는 메이디와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주방가전 일부 제품 조달 논의에 돌입했다. 메이디는 전자레인지를 시작으로 주방 가전제품, 세탁기·냉장고 등 국내 판매 제품군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메이디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주방·생활 가전제품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디는 하이얼, 거리전기와 더불어 중국 3대 가전사로 꼽히는 기업으로, 오래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중견 가전사의 주문자생산방식(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담당해 왔다. 메이디의 OEM·ODM 분야는 전자레인지와 전기 레인지는 물론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식기세척기 등 주방·생활 가전제품을 총망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디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배경으로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 트렌드가 지목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경기 불황이 본격화하며 소형 가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로보락·에코백스 등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가 국내 시장 내 중국산 가전에 대한 편견을 해소했다는 점 역시 메이디 입장에서는 호재다.
메이디의 시장 경쟁력
메이디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계의 TSMC(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라는 별칭을 얻은 기업이다. 800ℓ급 이상 양문형 냉장고부터 200ℓ급 소형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인덕션 등 이르기까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자유자재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라는 의미다. 메이디는 △제품 기술력 강화 △프리미엄화 전략 △신흥 제조업 분야로의 사업 확장 등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며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메이디그룹의 2023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337억 위안(약 6조2,600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3,737억 위안(약 69조4,1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해외 매출은 5.79% 증가한 1,509억 위안(28조260억원)이었다. 북미 시장 등에서 냉풍기(전년 대비 120% 증가), 컨버터블 에어컨(140%), 멀티도어 냉장고(300%) 등 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결과다.
이에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메이디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넓은 생산 역량을 갖춘 메이디가 삼성전자·LG가 압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 '바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견·중소 가전기업이 대거 분포해 있는 1인 가구 타깃의 소용량 가전제품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알·테·쉬'의 악몽 반복되나
일각에서는 메이디가 제2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의 줄임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이커머스(이하 C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전반을 뒤흔들었듯, 메이디 역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신규 회원 가입 이벤트를 강화하고, 초저가 ‘직구 아이템’을 내세우며 꾸준히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이용자 수는 858만9,000여 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테무의 이용자 수는 823만8,000여 명이었다. 이는 전월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토종 이커머스인 11번가, G마켓 등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이용자 수 방면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이긴 것은 이커머스 업계의 압도적 1위인 쿠팡뿐이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 안착한 비결은 다름 아닌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특유의 풍부한 노동력, 고도화된 공산품 생산 체계 등을 발판 삼아 압도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쏟아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이디 역시 이 같은 '초저가' 전략을 필두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비교적 부담이 적은 소형 가전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점차 사업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