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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일부 캐피탈사에 '경영유의' 통보
DSR 꼼수대출 못 거르고, PF 사업장 평가 소홀 지적도
저축은행 업계도 먹구름, 충당금에 연체율까지 겹악재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일부 캐피탈사를 대상으로 무더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해당 회사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해 부당하게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에 대한 관리에 문제가 있거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평가를 느슨하게 진행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금융권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금감 당국이 금융권 현장 관리에 고삐를 조이는 행보를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금감원, KB·우리 캐피탈 등에 '경영유의' 통보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일 JB우리캐피탈, NH농협캐피탈, KB캐피탈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를 통보했다. 경영유의란 금감원이 금융사에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로, 이를 통보받은 금융사는 자율적으로 해당 사항을 개선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이들은 여신전문업법 감독규정상 총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DSR 5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해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KB캐피탈은 2022년 1월부터 작년 말까지 차주 단위 DSR이 50%를 초과한 대출이 2,39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1,038억원으로 같은 기간 이 회사 가계신용대출 2조3,308억원의 약 4.5%였다. 금감원은 JB우리캐피탈은 22건(7억원), NH농협캐피탈은 20건(6억1,100만원)의 부당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봤다.
다만 금감원은 일부 차주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이들 금융사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경영유의 조치를 통해 업무 절차를 개선하도록 했다. 통상 대출 실행 다음 날 대출 사실이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되기 때문에 대출 취급 시점에 부당 동시 대출을 차단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것이다. 차주들이 주택담보대출은 다른 금융사에서 받고, 같은 날 캐피탈사를 찾아 가계신용대출을 받는 식이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우리금융캐피탈에 대해서도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한 사업성 평가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에 따르면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분기마다 부동산 PF 대출 사업장별로 사업성을 평가하고 이를 반영해 건전성 분류와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우리금융캐피탈은 2019년 5월 부동산 PF 대출 관련 사업성 평가 규정을 마련했음에도 업장별 사업성 평가는 지난해 6월 한 차례 진행하는 데 그쳤다. 그 이전에는 개별 건에 대해 연체 등이 발생한 경우에만 비정기적으로 건전성 분류를 수행했다. 이에 금감원은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 분기별로 전체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3개월 이상 연체 대출 '49% 증가', 건전성 빨간불
최근 3개월 이상 연체된 캐피탈사의 여신 규모가 전년 말 대비 49% 이상 증가한 4조원을 넘어서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해당 수치는 2001년 말 이후 최대 규모다. 더욱이 캐피탈사는 부동산 PF 부실채권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도 지목된다.
캐피탈사의 재무 건전성 악화는 높은 자금 조달 금리와 관련이 있다. 최근 여전채 1년물(A-)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6%대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동일 신용등급 및 만기의 회사채 금리가 지난해 5% 초반대에서 최근 50bp(1bp=0.01%포인트) 이상 낮아진 데 비해, 여전채는 30bp 정도 하락에 그쳤다. 게다가 캐피탈사의 올해 도래하는 채권 만기액은 50조원 수준으로 차환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도 큰 편이다.
캐피탈과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고금리 시점에서 위험 추구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저원가성 예금 등을 통한 조달 기능이 없는 여전사의 경우 시장 이자율 상승 시 높은 조달 금리로 인해 줄어든 조달 재원을 위험대출 자산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조달비용 증가는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 등 캐피탈사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
대손충당금 부담에 연체율 상승까지, 저축은행도 직격탄
부동산 PF에 따른 부실은 캐피탈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1분기 역신장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는 부동산 PF와 비용 상승 타격이 컸다. 지난 1분기 상위 10개 저축은행 대손충당금은 3조6,213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2,148억원 대비 63.5% 증가했다.
가중되는 저축은행 연체도 발목을 잡았다. 지난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은 8.8%로 지난해 말 6.55% 대비 2.25%p 상승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조달 비용 부담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채권 대신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고금리에 이자 비용이 늘면서 비용 부담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저축은행업권은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축은행업권 자체적으로 조성한 2차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5,100억원 규모로 운영하고 이달 말에는 개인 무담보·개인사업자 부실채권 2,360억원 규모를 매각하기로 했다. 여기에 개별 업체의 3,000억원 규모 부실채권 대손상각까지 더해지면 올 상반기에만 1조원 넘는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셈이다.
앞서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수시·정기 대손상각을 통해 4,289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한 바 있다. 올 상반기에만 해당 규모의 2배가 넘는 규모를 털어내는 것이다.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새마을금고도 부실채권 매각에 한창이다. 새마을금고는 손자회사인 MCI대부에 올 2분기에만 부실채권 1조원을 더 매각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총 2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는데, 올해는 반 년만에 1조5,000억원을 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