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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6조원 벌금 지급에 합의
美증권거래위, 법원에 승인 요청
애초 책정된 7조원보다는 하향
스테이블코인(실물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코인) 사기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전 대표가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약 6조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하면서다.
권도형 전 대표, SEC 측과 합의
12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권 전 대표와 테라폼랩스 측은 SEC와 합의해 벌금 및 환수금 44억7,000만 달러(약 61조 1,300억원)를 내기로 했다. 합의에는 권 전 대표의 암호화폐 자산 증권거래 금지와 상장기업의 임원·이사 재직 제한도 담겼다. 이에 따라 SEC는 테라폼랩스에 35억8,000만 달러 규모의 과징금과 4억2,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렸으며, 권 전 대표는 1억1,000만 달러의 추징금과 이자 8,000만 달러 벌금을 포함한 총 2억4,430만 달러를 납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SEC는 스테이블코인 테라 USD(UST)가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고, 이 과정이 사실상 사기 행위라고 판단해 테라폼랩스와 권 전 대표를 고소했다. 이후 지난 4월 뉴욕 연방 배심원단도 권 전 대표의 행각이 사실상 사기죄에 해당하며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인정했다.
SEC는 이번 합의를 통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최대한의 자금을 돌려주고 테라폼랩스는 영원히 폐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합의 시 "뻔뻔한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과 연방 증권법 적용을 받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새로운 행동 기준으로 연방 증권법 요건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억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SEC가 요청한 금액보다는 적어
다만 이번 합의 규모는 당초 SEC가 요구한 액수보다는 적다. 앞서 SEC는 권 전 대표와 테라폼랩스에 약 53억 달러(약 7조원)의 벌금을 부과해 달라고 뉴욕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권 전 대표와 테라폼랩스가 불법 행위로 40억 달러 이상의 부당이익을 얻은 데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익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뉴욕 법원 자료에 따르면 테라폼랩스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루나 6,520만 달러, 미르 430만 달러를 판매했다. 또 루나 재단 가드(LFG)를 통한 루나와 UST 판매액은 총 18억 달러다. 투자자들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23억 달러의 UST를 구매했다.
당시 SEC는 벌금 부과와 더불어 권 전 대표의 상장기업 임원 및 이사 재직 금지와 테라폼랩스의 암호화 자산 증권 매매 금지도 요청했다. SEC는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추가적인 위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위반을 저지를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추가 위반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미국 중 최종 송환국 결정은 미정
한편 권 전 대표는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말 출국해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가 같은 해 9월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이후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하려다 체포되면서 계속 현지에 구금돼 있는 상태다. 이후 뉴욕 검찰은 권 전 대표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별개로 권 전 대표는 한국에서도 형사 기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권 전 대표를 자국으로 송환하고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다만 권 전 대표 쪽은 여러 범죄의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는 미국에서는 징역 100년 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행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나온 경제사범 최고 형량은 40년이다. 현재는 권 전 대표의 범죄인 인도 문제를 두고 몬테네그로 사법부의 엇갈린 판단이 되풀이되는 와중에 권 전 대표가 미국 또는 한국 중 최종적으로 어디로 송환될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