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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사태에 야놀자 불똥,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미수금 못 받아
나스닥 상장 앞두고 위기관리 시험대, 장외 몸값 5조원대로 추락
몸집 키우기 위해 꺼낸 M&A 카드, 재정건전성 발목 잡을 수도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불똥이 여가 플랫폼 야놀자에까지 번지고 있다. 야놀자가 지난해 큐텐에 매각한 인터파크커머스(쇼핑·도서) 대금 1,700억원이 지급되지 않으면서다. 야놀자가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만큼 미수금으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가 상장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야놀자, 나스닥 상장 추진 "희망 몸값 10조원 이상"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야놀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아직까지 신고서 제출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야놀자는 나스닥 상장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 임원 출신인 알렉산드로 이브라힘(Alexandre Ibrahim)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지난해 영입하는가 하면 올해 3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50번째 해외 사무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야놀자가 국내가 아닌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유동성 측면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꼽힌다. 실제로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이사 주도 하에 나스닥 상장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야놀자는 이번 상장으로 4억 달러(약 5,4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목표로 한 기업가치는 70억~90억 달러(약 9조5,000억~12조4,000억원) 수준이다. 앞서 야놀자는 2021년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 II CRYSTAL SUBCO (SINGAPORE) PTE. LTD.)에서 2조원 규모 투자 유치 당시 8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큐텐에 판 인터파크커머스 대금 '1,700억원', 회수 불투명
하지만 지난해 큐텐에 매각한 인터파크커머스 부문의 매각대금 1,700억원가량이 아직까지 정산되지 않으면서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야놀자는 1,871억원의 주식 매매대금 중 1,680억원을 받지 못했다. 해당 미수금에 대해 야놀자는 큐텐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주식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의 대금 지급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1,680억원을 모두 받지 못할 가능성까지 커진 것이다.
야놀자가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 수준을 나스닥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이후 3년 연속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1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기에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의하면 야놀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66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7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기업가치 산정방식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통상 IPO를 추진하면 피어그룹(비교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 PER(주가수익비율), 매출액 등을 고려한다. 야놀자와 비교기업으로 주로 거론되는 에어비앤비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준 PER은 36.1배다. 그러나 야놀자의 당기순이익을 연으로 환산해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1조5,884억원 정도다. 당초 야놀자가 기대하는 기업가치 수준은 물론,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자금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이에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PSR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비앤비의 1분기 PSR은 10.53배로, 1분기 야놀자의 매출액 1,947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7,787억원이다. 이를 에어비앤비 PSR 배수에 적용하면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8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초 시장에 알려진 야놀자의 희망 기업가치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경우 고평가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스닥에 상장했던 쿠팡도 지난 2020년 영업손실이 5,000억원이 넘는 탓에 PSR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상장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886억5,000만 달러(약 122조2,000억원)였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360억8,200만 달러(약 49조8,000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렇다 보니 에어비앤비와 야놀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울러 야놀자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국내 사업의 펀더멘털 강화 증명, B2B(기업 간 거래) 트래블테크 점유율 확대 등 본업을 강화하는 와중 해외여행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지 않는 한 원하는 몸값을 받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야놀자의 문어발식 M&A, 건전성 뇌관될 수도
큐텐 사태로 인해 야놀자의 장외 몸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나스닥 상장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야놀자 시가총액은 지난달 초 6조원 수준에서, 상장 계획이 알려진 6월 중순 7조원대를 넘겼으나 현재는 4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IB업계에선 야놀자의 기업가치로 5조원대를 점치기도 한다.
지나친 기업 인수가 야놀자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야놀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 왔다. 나스닥 상장에 앞서 몸집을 키우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2007년 설립 후 야놀자가 인수한 회사는 △2016년 호텔나우 △2019년 이지테크노시스(PMS(숙박관리시스템) 솔루션) △2021년 인터파크트리플(국내 여행 플랫폼) △2023년 고글로벌트래블(GGT)(북미·유럽 중심 B2B 여행 플랫폼) 등 14곳에 달한다. 이는 큐텐과 동일한 문어발식 확장 전략이다. 큐텐은 티몬(2022년),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2023년), 미국 위시·AK몰(2024년) 등을 인수한 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외형 성장을 나스닥 통해 상장을 노렸다. 야놀자의 영역 확장이 영업손실 누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야놀자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야놀자는 2015년 시리즈 A(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100억원)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2016년 시리즈 B(파트너스인베·SL인베·SBI인베) △2017년 시리즈 C(스카이레이크인베·아주IB투자) △2018~2019년 시리즈 D(GIC·한화운용·KT·SBI인베) △2021년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번 큐텐 사태로 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