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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플레 상황에서도 가구별 체감 인플레이션 크게 달라
가구별 선택 물품·실제 지불가격 다르고 가격 변동 속도도 상이
인플레이션 수치가 현실 반영 못 하는 경향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세계 곳곳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체감 인플레이션 수준은 가구별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프랑스와 독일의 가구들을 대상으로 슈퍼마켓 제품 구매에 대한 인플레이션의 차이와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 물가 변동이 지역에 따라 다른 데다 각 가구가 구매하는 물품 목록이 달라 체감 인플레이션에도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고물가 속 가구별 인플레에 주목
가구별 체감 인플레이션 차이는 최근 들어 부쩍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국제 경제적 요인으로 생활비가 크게 오른 탓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제각기 다른 경험은 인플레이션을 인식하는 개개인의 방식과 기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가구들 사이 체감 물가의 차이는 분배 효과와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가구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식료품에 쓰게 되는데,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결과적으로 이들의 구매력은 다른 가구보다 더 많이 줄어들게 된다.
구체적인 분석을 위해 연구진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대규모 표본을 선정했다. 이어 가구별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분산되는지 들여다봤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이란 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가격 변동의 총체적 집합이다. 인플레이션이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까닭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조사 대상 제품의 가격 변동이 지역에 따라 다른 데다, 개별 가구가 물품 카테고리 내에서 제각기 다른 제품을 고르는 탓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제품을 사더라도 구매 시점과 장소, 마트에서 제공하는 할인이나 리베이트 혜택 여부도 상이하다. 결과적으로 같은 분기 내에서라도 가구별로 동일한 제품에 대해 다른 비용을 지불하게 되고, 이전 분기와 비교해 가격 변동을 체감하는 수준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어 구매 행동에서의 이 같은 차이가 정확히 어떻게 체감 인플레이션의 차이로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구별 인플레이션율을 측정했다. 이를 위해 특정 가구가 지불하는 가격과 특정 지역 거주 가구의 평균 지불 가격을 모두 계산했다. 여러 지역에 걸쳐 가격을 평균화하면 가구별 가격 차이와 지역별 가격 차이의 영향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 그래프는 가구별 지불 가격과 지역별 가격에 따른 가구별 체감 인플레이션의 분산도다. 첫 번째는 프랑스, 두 번째는 독일 데이터의 분석 결과다. 프랑스와 독일 모두 작은 지역의 평균 물가에 기반한 가구별 인플레이션 분산도가 가구별 물가에 따른 분산도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할인 쿠폰을 쓰거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곳을 찾기 위해 들이는 노력 등이 가구별 체감 인플레이션의 차이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보다 큰 지역 내에서 가격을 평균화하면 분포도의 너비는 파란색 그래프처럼 압축된다. 국가 전체 평균치를 계산해도 인플레이션 분산은 회색선의 변동에서 보여지듯 크게 줄어든다. 이 그래프는 한 국가 안에서 같은 제품에 대해 지불하는 가격의 차이가 체감 인플레이션 차이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이 같은 가격 차이는 특정 지역 내 가구들 사이에서보다는 대도시 등 더 큰 규모의 지역 내 차이에 따라 더 큰 경향이 있었다.
물품 선택 행동 패턴의 변화 영향이 더 커
아래 그래프는 가구별 체감 인플레이션 변동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가구별 특징적 요소가 전체적인 체감 인플레이션 차이에 미치는 영향은 프랑스에선 3%, 독일에선 7%였다. 그러나 지역별 요소의 영향은 두 나라 모두에서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개별 가구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사는 지역을 바꾸긴 쉽지 않다.
가구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단기적으로 구매 물품을 바꾸는 것이다. 특정 브랜드 내에서 어떤 제품을 살지, 특정 수준의 품질을 가진 제품들 사이에서 어떤 브랜드를 고를지 등을 선택하는 것인데, 이는 프랑스에선 체감 인플레이션 분산 원인의 50%, 독일에선 30%를 차지했다. 특히 독일에선 제품군 간 선택이 전체 인플레이션 분산의 20%를 차지했다. 예를 들면 식품을 구매할 것인지, 식품 구매를 줄이고 에너지 사용료에 돈을 쓸 것인지 등이 크게 갈렸다는 이야기다. 이와 달리 미국에선 가구별 지불하는 물품 가격의 차이와 지역별 차이가 인플레이션 분산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이 같은 가구별 체감 인플레이션의 차이를 행동 분석이나 인구통계학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봤다. 그러나 이 차이의 80%가량은 해당 가구 내 시간에 따른 변화에 기인했고, 가구의 특성으로 볼 만한 요소는 거의 없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구별 특성이 있을지라도, 이 요소는 가구별 체감 인플레이션 차이의 5% 정도밖에 설명해 주지 못했다. 소득 차이 역시 인플레이션 차이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아니었다.
각 가구는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의 타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행동 패턴에선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더 큰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별 가구 수준의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해당 제품의 평균 가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순히 상대적으로 싼 물건을 고른다고 해서 체감 인플레이션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흔히 쓰이는 인플레이션 지수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물품의 가격 변동을 추적한 수치로 생활물가지수, 즉 장바구니 물가로도 불린다. 다만 이 지수는 개별 가구가 같은 종류 내 다른 물품을 선택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또 다른 접근 방식은 일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출, 즉 기본 생활비의 변동을 계산하는 것이다. 장바구니 물가지수와 생활비지수의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면 아래와 같이 비슷한 분산 그래프가 나타난다. 빨간선이 장바구니 물가, 파란선이 생활비 물가다. 또 가격이 떨어진 물건으로 선택지가 이동하며 생기는 효과는 개개인의 선호도 변화와 상충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사이 체감 인플레이션은 사회경제적 계층 사이 큰 차이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는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자체가 심각할 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부문, 예를 들자면 식품 가격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이런 차이가 도출된다. 가구별로 제품 선택의 패턴, 구매 여력이 다르기 때문에 한 계층 내에서도 체감 인플레이션이 상이한 것이다. 실질 이자율이나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 같은 수치가 가구별 현실을 설명하는 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원문의 저자는 레지나 키스(Regina Kiss) 오스트리아 비엔나대(University of Vienna) 경제학과 박사과정생과 게오르그 스트라서(Georg Strasser)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팀장입니다. 영어 원문은 Different household, different inflation rat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