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도 캐시리스·웹3 시대 온다" IPO 앞둔 페이페이, 바이낸스 재팬 지분 40% 확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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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성장세 속 손잡은 페이페이-바이낸스 재팬 페이페이, IPO 목전에 두고 외형 확장 나섰나 日, 현금 중심 결제 시스템 뒤로 하고 캐시리스 사회 진입

일본의 캐시리스(무현금) 결제 서비스 페이페이가 바이낸스 재팬의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 양 사는 각기 보유한 서비스와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본 금융 소비자들의 웹3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현금 중심 사회였던 일본에서도 암호화폐를 비롯한 캐시리스 결제 체계의 존재감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페이와 바이낸스의 협력 구도
13일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재팬이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 페이페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에 따라 페이페이는 바이낸스 재팬의 지분 40%를 인수했으며, 바이낸스재팬은 페이페이의 지분법 적용 대상 기업이 됐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양 사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양 사가 서비스와 기술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제휴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양 사는 이번 제휴를 계기로 바이낸스 재팬 이용자가 페이페이가 제공하는 디지털 지갑 서비스인 페이페이 머니의 입출금을 통해 암호화폐를 매수하고 매도 수익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사용자들은 디지털 형태로 자금을 보관할 수 있으며, 다양한 가맹점과 온라인 스토어, P2P 송금 등에서 현금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해당 제휴 건과 관련해 치노 타케시 바이낸스 재팬 총괄 매니저는 “이번 전략적 제휴는 일본 디지털 금융의 미래로 나아가는 중대한 발걸음”이라며 “페이페이의 광범위한 사용자 규모와 바이낸스의 혁신적 기술을 결합하면 일본 전역의 사람들이 웹3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안전하고 원활한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야나세 마사요시 페이페이 금융전략본부장 역시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바이낸스 이용자에게 페이페이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겸비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 협력의 배경은?
양 사가 손을 맞잡은 핵심적인 원인으로는 '금융 격변'이 지목된다.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블록체인 통계 사이트 rwa.xyz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글로벌 송금 규모는 이달 10일까지 누적 26조2,589억 달러(약 3경7,31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증했다. 최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블록체인 도입을 발표하고, 비자·마스터 등의 글로벌 금융망이 줄줄이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하며 인터넷 기반 ‘웹2’에서 블록체인 기반 ‘웹3’로 금융 체계가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페이페이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외형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8월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페이페이 IPO를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 후보군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페이페이 상장은 올해 4분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페이페이가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20억 달러(약 2조8,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기와 자금 조달 규모 등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상장을 앞두고 페이페이는 꾸준히 사업 범위를 늘려 가는 추세다. 지난달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일부 매장에서는 이르면 올해부터 페이페이의 QR코드 기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페이페이가 해외 사용이 허용되는 최초의 일본 QR 결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회사 측은 한국을 시작으로 각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여러 해외 서비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금 고집하던 시대는 지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 사례가 일본의 결제 체계 전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최근 들어 일본의 현금 의존도는 눈에 띄게 낮아져 가는 추세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신용카드, 전자머니, QR코드 등을 이용한 ‘현금 없는 결제액’은 141조 엔(약 1,385조5,788억원)에 달했다. 전체 소비에서 차지한 비중은 42.8%였다. 이는 2010년 38조 엔(점유율 13.2%)에서 3배가량 증가한 수준이자 역대 최고치다.
캐시리스 전환 흐름이 본격화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도 점차 시장 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도쿄에서 열린 '웹엑스(WebX) 2025'에 참석해 "웹3는 산업혁명에 비견될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폐와 동전 사용이 보편화돼 아날로그의 나라라고 불렸던 일본이 블록체인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엔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암호화폐 거래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 기고자 'XWIN RESEARCH JAPAN'은 "일본 핀테크 기업 JPYC는 급성장 중인 스테이블코인 시장과 일본의 디지털 전환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JPYC가 2030년까지 700억 달러(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JPYC는 일본의 개정된 '지급결제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완전 담보돼 있다"며 "JPYC가 아시아의 대표 디지털 엔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