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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이엠파마, 지난달 정정신고서 제출 후 재차 정정 요구 받아
"100억원대 손실만 수년째" 자금 수혈 시급한 상황에 상장 일정 연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쏟아내는 금감원, 기술특례상장 '경계'
금융감독원이 에이치이엠파마(HEM파마)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재차 요구했다. 기술의 잠재성을 기준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술특례상장 종목들이 줄줄이 '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한 가운데,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본격적으로 심사 기준을 강화한 결과다. 당국은 에이치이엠파마 외에도 이달 상장을 앞둔 다수의 기업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당국, 에이치이엠파마에 2번째 정정 요청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일 에이치이엠파마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후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증권신고서 내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에이치이엠파마가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에이치이엠파마가 지난 7월 최초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당초 에이치이엠파마의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8,000~2만1,000원이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8월 26~30일에 걸쳐 5일간, 일반 청약은 9월 4~5일 양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7월 2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에이치이엠파마는 지난달 21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1만6,400~1만9,000원으로 낮췄고, 기관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일정을 모두 뒤로 미뤘다.
상장 연기로 인한 타격은?
당국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따라 에이치이엠파마의 상장 일정은 재차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종사자는 "에이치이엠파마는 수년째 영업손실을 쌓아가고 있는 적자 회사다. 중장기적 사업 추진과 미래 성장을 위해서라도 상장을 통한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일 것"이라며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당장 상장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장 연기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에이치이엠파마는 수년째 실적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과거 3년간 기록한 영업손실은 △2021년 약 110억원 △2022년 약 132억원 △지난해 약 118억원 등 매년 100억원을 웃돌았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약 26억원, 영업손실은 17억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및 생태계)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다. 에이치이엠파마도 나름대로의 난항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특히 지난 1분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청한 4,700억원 규모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에서 빠지면서 관련 시장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에이치이엠파마는 재무 안정성 유지를 위한 자금 확보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11월 연구개발(R&D)자금, 설비 투자 자금 및 운영 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에이치이엠파마는 주당 2만880원의 가격으로 보통 주식 23만9,465주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자는 우리벤처파트너스, 셀트리온, 윈베스트21호투자조합이었다.
금감원의 '무더기 정정 요청'
한편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기업은 에이치이엠파마만이 아니다. 당초 이달 공모청약을 예고한 IPO 기업은 △아이언디바이스(9~10일) △인스피언(19~20일) △제닉스(19~20일) △셀비온(20~23일) △와이제이링크(23~24일) △에이치이엠파마(23~24일) △루미르(23~24일) △웨이비스(24~25일) △한켐(24~25일) △씨메스(9월30~10월 1일) 등 10곳에 달했다(스팩 제외). 이 중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인해 공모청약 일정을 다음 달로 미루거나 미뤄야 하는 기업은 인스피언, 셀비온, 와이제이링크, 루미르, 에이치이엠파마, 웨이비스, 한켐 등 총 7곳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에이치이엠파마를 비롯한 기업들에 무더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것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며 "최근 시장 곳곳에서 기술특례상장이 '개인 투자자들의 무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 않나. 거래소와 금감원 모두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직 사업성을 갖추지 못한 기술특례 기업의 IPO 도전 사례가 급증하자 금감원이 엄격한 심사를 통한 투자자 보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은 기업들이 대거 IPO 일정을 변경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이목은 다음 달 IPO 시장에서 나타날 '풍선 효과'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음 달 공모 청약 일정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은 △토모큐브(10월 2~4일) △클로봇(10월 2~4일) △탑런토탈솔루션(10월 7~8일) △셀비온(10월 7~8일) △한켐(10월 7~8일) △더본코리아(10월 24~25일) 등 10개에 달한다. 이에 더해 최근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청을 받은 웨이비스·에이치이엠파마 등이 다음 달 중 재차 시장에 뛰어들 경우, 10월 공모주 시장은 유례없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