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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행위 방조 논란 텔레그램 CEO, 처벌 위기에 태세 전환 "범죄 악용 기능 없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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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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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처벌론에 항변하던 두로프, 잇단 서비스 개선 조치 나서
개인채팅 내용 보호 불가 삭제, 근처 이용자 찾기 기능도 제한
'범죄 방조자' 거대 플랫폼으로 전락, 플랫폼 운영방침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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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사진=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파벨 두로프(Pavel Durov)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플랫폼 내 검열 개선과 문제 기능 삭제 등 방안을 공개했다. 텔레그램을 통한 각종 불법 행위 우려가 커지면서 방조 혐의로 형사 처벌 위기에 몰리자, 그동안의 입장을 선회해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CEO, 일부 기능 삭제

두로프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텔레그램의 ‘근처 사람들(People Nearby)’ 기능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이용자의 0.1% 미만이 사용했던 이 기능은 봇(bot)과 사기 문제를 갖고 있었다”며 “이 기능 대신 합법적이고 검증받은 업체만 보여주는 ‘근처 사업체’(Businesses Nearby)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변에 다른 텔레그램 이용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근처 사람들 기능은 그간 스토킹 등에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텔레그램의 익명 블로그 서비스인 ‘텔레그래프’의 사진·영상 업로드 기능도 쓸 수 없게 된다. 두로프는 “이 기능이 익명의 행위자들에 의해 오용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텔레그래프를 비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출시된 텔레그래프는 이용자 누구나 익명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고 사진·영상 등을 업로드해 텔레그램 등에서 누리집 링크를 공유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부 악의적인 행위자가 이 기능을 이용해 가짜 누리집 접속을 유도하거나 이용자를 속여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 사기를 저질러 왔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의 ‘자주 묻는 질문’(FAQ) 란에서 ‘개인 채팅 내용은 보호되며 이를 대상으로 한 조정 요청은 처리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램 측은 앱의 소스코드 자체에는 바뀐 점이 없지만 이용자들이 관리자에게 채팅 내용과 관련한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두로프는 개선 조처를 내놓으면서도 “텔레그램 이용자의 99.999%는 범죄와 전혀 무관하지만, 불법적인 행위에 연루된 0.001%가 플랫폼 전체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 10억 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의 이익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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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유통만 7만 명, 범죄 쇼핑몰 '텔레그램'

지난달 24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가 500만 유로(약 74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두로프가 재빨리 꼬리를 내린 것은 미성년자 성착취물 배포, 마약 밀매 등 범죄를 방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실상 공범으로 처벌 받을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로프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텔레그램의 실체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란히 “텔레그램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텔레그램 내 만연한 각종 범죄의 행태를 보도했다. 먼저 NYT는 4개월간 1만6,000개 이상의 텔레그램 채널, 320만 개가 넘는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를 전했다. 22개 이상의 마약 거래 채널과, 불법 무기 거래 등을 찾아낸 WSJ는 개인·기업의 금융 계좌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텔레그램은 범죄, 허위 정보, 아동 성 착취물, 테러, 인종차별적 선동 등 전 세계의 시궁창(sewer)이 되고 있다”며 “무국적 조직처럼 운영되는 텔레그램은 오랫동안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해 왔지만, 많은 국가에서 텔레그램에 대한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개인 금융 계좌와 음란물, 마약이 거래되는 텔레그램 채널의 실태를 고발했다. WSJ에 따르면 한 채널은 일반인들의 사진과 신분증 등을 샘플로 올려놓은 뒤 ‘구입은 사적 채널에서 가능, VIP 클럽에 가입하라’고 광고한다. 개별 접촉으로 거래가 성사되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금은 주로 가상화폐로 치러진다. 이렇게 일반인의 개인 정보를 판매하는 채널이 텔레그램에 수천개 이상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뱅크스토어온라인’이라는 채널의 경우 60개 이상의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를 판매하고 있는데, 개인 계좌는 80달러(약 11만원), 기업 계좌는 1,800달러(약 241만원)에 거래된다.

텔레그램이 테러·혐오·가짜 정보의 온상이 된 것은 ‘채널’과 ‘수퍼그룹’이라는 독특한 기능 때문이다. 텔레그램의 채널은 일반 대화방과 달리 최대 20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다른 메시지 앱의 최대 수용 인원이 수천명 수준으로 제한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채널은 관리자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한 번에 보낼 수 있고 메시지 크기는 2기가바이트로 일반 대화방(1.5기가바이트)에 비해 크다. NYT는 “텔레그램은 당초 애플의 아이메시지나 왓츠앱처럼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 같은 채널 기능 때문에 특정 지도자나 기관이 메시지를 한 번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고 짚었다. 이후 추가된 수퍼그룹 기능은 관리자가 채팅방을 폭파하면 모든 사용자에게서 모든 내용이 삭제되는 것으로, 이는 특히 범죄 집단이나 극단주의자들이 활동한 이후 증거를 없애는 데 악용됐다.

이용자 9억 명인데, 정규직은 고작 60명

그럼에도 정작 텔레그램 운영진은 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다. 텔레그램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전 세계 이용자수가 9억 명인 데 비해 담당 정규직은 고작 60명으로 알려졌다. 앱 관리도 계약직 신분의 수백명에 불과하다. 직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가 될리 만무했다.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공격 개시 2시간 30분 만에 하마스가 참혹한 전쟁 영상을 텔레그램을 통해 대거 유포한 사건이 단적인 예다. NYT는 전쟁이 시작되고 72시간 동안 텔레그램에서 관련 영상은 700번 게시됐고 5,4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는 하마스와 관련된 계정은 물론, 하마스에 공개적으로 동조하는 게시물도 실시간 차단하며 강력히 대응했다.

텔레그램은 수사기관 협조에도 미온적이다. 독일의 스벤야 마이닝하우스 검사는 “다른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법 기관과 각종 협력을 하고 있지만 텔레그램에서는 전혀 협조를 받지 못했다”며 “단 한 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텔레그램은 지난 11년 동안 200여 차례의 수사 자료 요청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텔레그램 상의 범죄 단속을 위해 각국 수사기관은 위장수사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시경(NYPD)은 텔레그램에서 불법 총기물을 판매하는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그에게 직접 권총, 돌격 소총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물론 텔레그램에서 자행되는 일에 대해 운영 기업이 얼마나 책임을 갖고 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가 두로프에 공모 혐의를 적용할 경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플랫폼 규제의 새 장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운영 방침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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