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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칩 약세에 키옥시아 10월 상장 무산, SK하이닉스 엑시트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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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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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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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주 약세, 상장 시 키옥시아 저평가 불가피
키옥시아 결국 상장 철회, 2020·2021년 이어 올해로 세 번째 무산
'밸류에이션'에 발목 잡힌 키옥시아, 상장 계획 '장기화'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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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3위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가 내달로 예정됐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업황 악화가 가시화하면서 자사가 기대하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상장 후 4조원가량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기대하던 SK하이닉스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키옥시아 상장 계획 재차 무산

25일 로이터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당초 내달로 예정돼 있던 상장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최근 메모리 칩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가총액 목표인 1조5,000억 엔(약 13조7,300억원)을 달성하기에 주식 수요가 충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 탓이다.

실제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최고점(8만7,800원) 대비 약 29% 떨어졌고, SK하이닉스도 최고점 24만1,000원을 달성한 뒤 약 31% 급락했다. 미국 마이크론 주가 역시 올 최고점(153.45달러)에서 약 39% 하락한 상태다. 보통 상장 예정 기업은 비교 기업군의 기업가치를 토대로 공모가를 형성하는 만큼, 주요 기업의 가치가 하락한 지금 상장에 돌입하면 키옥시아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 엑시트 다음 기회로

키옥시아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일본 현지에선 IPO 시장의 '최대어'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옥시아의 기업가치 전망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최대 규모였던 반도체 장비회사 고쿠사이의 기업가치가 4,240억 엔(약 3조9,100억원) 정도였다. 키옥시아의 시가총액 목표가 전년 최대어보다 3배 이상 높았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상장이 현실화하면 투자사 측이 막대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특히 이목이 쏠린 투자사는 SK하이닉스다. 키옥시아는 지난 2018년 일본 대기업 도시바로부터 분리 매각된 회사로, SK하이닉스는 이 과정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해 총 4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털이 조성한 사모펀드에 출자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을 도시바가 발행한 키옥시아 전환사채(CB) 인수에 사용하는 식이다.

키옥시아의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가정할 경우 시가총액 1조5,000억 엔 기준 SK하이닉스의 지분 가치는 4조7,000억원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가 상장 후 일부 지분 매각에 나서면 기존 투자금 4억원을 엑시트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지분 보유를 통해 키옥시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7%로 1위, SK하이닉스 및 자회사 솔리다임이 22.2%로 2위, 키옥시아가 12.4%로 3위를 기록했다. 단순 합산 시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낸드 합산 점유율은 34.6%로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키옥시아를 통한 투자금 회수와 전략적 협력이 모두 가능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키옥시아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금 회수는 뒤로 미뤄졌고, 이에 따라 평가손실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키옥시아로 인한 SK하이닉스의 투자자산 평가손실은 1조4,3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평가손실이란 자산을 재평가한 금액이 이전 평가 시점보다 감소했을 때 인식하는 손실이다. 평가손실이 커져도 실제 현금 흐름에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투자사의 자산 가치와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긁지 않은 복권' 키옥시아가 한순간에 '아픈 손가락'으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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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일 내 상장 재추진 전망, 일각선 회의적 의견 나오기도

일각에선 일본 IPO 시장이 탄탄한 만큼, 외부 환경만 개선되면 키옥시아가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회의론도 적지 않다. 키옥시아의 상장 계획이 무산된 게 2020년, 2021년에 이어 올해로 3번째기 때문이다. 2020년 상장이 연기된 건 미중 무역 마찰 등의 영향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중국은 키옥시아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시장 중 하나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대중 제재는 키옥시아에 '직격타'로 작용했다. 실제 2020년 8월 미국이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효하자 키옥시아의 공모가 전망치가 주당 3,960엔에서 2,800엔 수준까지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는 낸드플래시 과잉공급이 문제가 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주요 기업이 캐파(CAPA)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한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낸드플래시 비트 생산량은 전 분기 대비 6%가량 늘었고, 이에 따라 4분기 전체 낸드플래시 매출은 184억8,000만 달러(약 24조6,0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2.1% 줄었다. 공급이 과잉되고 계약 가격이 하락하면서 낸드플래시 업계 전반의 가치가 내려앉은 것이다.

위 사례들을 보면 결국 키옥시아 상장 철회의 공통된 키워드는 '밸류에이션'이다. 키옥시아가 미중 갈등, 시황 악화 등 외부 요인에 휘둘리는 양상이 거듭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키옥시아의 상장 계획이 '장기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기술 발전과 수요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시장 중 하나"라며 "불안정한 외부 상황이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키옥시아의 거듭되는 상장 철회 소식에 우려가 쌓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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