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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일정 밀리는 기술특례상장, VC 엑시트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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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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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 '0'
'파두 사태' 이후 증시 입성 문턱 높아져
기관 투자 줄고 벤처 펀딩도 혹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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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심사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결산을 마치고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려던 기업들이 높아진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문턱에 IPO 일정 연기 기업 속출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교육용 로봇기업 에이럭스 △미디어기업 닷밀 △이차전지 설비기업 엠오티 △의료기기 전문기업 동방메디컬 등 8개 기업 중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가운데 닷밀은 지난해 특례 상장용 모의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기술특례제도를 통한 상장을 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 단위로 보면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없는 게 이례적인 건 아닐 수 있으나,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금감원의 퇴짜로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의 일정이 늦춰지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혼성신호 시스템반도체 기업 아이언디바이스는 올해 2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23일에야 겨우 상장에 성공했다. 상반기 실적과 제품별 매출 현황 등의 내용에 대해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두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상장예비 심사를 통과한 헬스케어기업 에이치이엠파마도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인해 공모 일정이 연기됐고, 로봇 서비스기업 클로봇 역시 당초 이달 23일 진행하려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다음 달 7일로 미뤘다.

벤처기업 실적, 현미경 심사

업계에서는 올해 초 ‘파두 사태’ 이후 높아진 심사 문턱이 하반기 들어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문기업 파두는 기술력이 좋은 기업을 위한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상장한 케이스다. 하지만 상장 직후 추정 실적과 동떨어지는 성과를 냈고,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와 거래소, 금감원에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추정 실적을 부풀려 제출했을 때 이들 기업·기관이 이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중 실제 실적과 추정 실적에 괴리가 있었던 기업이 상당수 발견됐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정해진 기간 이후에는 특정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상장 이후 지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상장 폐지 기로에 선 기업도 많았다. 금융당국이 상장하려는 기업의 실적을 더 깐깐히 들여다보는 배경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이는 국내 상장 VC들의 매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B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TS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의 매출이 급감했다. 특히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 136억원에서 올 상반기 69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VC들의 실적이 악화한 건 지분법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지분법 이익도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가치가 떨어진 데다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기업들까지 나타나면서 감액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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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전경/사진=한국거래소

스타트업 IPO 막히자 VC 엑시트도 먹구름

이런 상황에서 IPO마저 불투명해지자 투자금 회수가 급한 VC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IPO는 국내 벤처 펀드의 주요 회수 방식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VC 투자 기업의 자금 회수 유형 중 IPO는 30%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58곳 중 30곳(51.7%)이 VC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사다. 더욱이 최근 들어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벤처업계 투자에 대한 시선도 긍정적이지 않고, 벤처 펀딩 역시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어 IPO를 통한 엑시트가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증시 입성이 막히자 고육지책으로 나스닥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스닥은 기본적인 요건만 갖춰지면 상장에 큰 어려움이 없다 보니, 2020년 10개였던 한국 유니콘 기업은 2021년 18개, 2022년 22개까지 늘었다. 국내 증시가 벤처업계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타트업·투자자·엑시트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IPO 문턱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 기업이어도 미래 가치를 입증하면 상장할 수 있어야 연쇄 창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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