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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그룹 산하 10개사, 디지털 포인트로 급여 지급
디지털 급여 지급 플랫폼 1호는 소프트뱅크 계열사 '페이페이'
日 캐시리스 결제 비중 증가세, 디지털 급여로 날개 달까
일본에서 현금 대신 디지털 포인트로 월급을 받는 시대가 열렸다. 근로자에게 우리나라의 카카오페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페이(PayPay)’ 포인트를 급여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디지털 급여' 제도가 캐시리스(무현금) 결제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지 정부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그룹, 디지털 급여 제도 도입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프트뱅크그룹 10개 회사의 직원에게 이날 처음 현금 대신 페이페이 포인트로 월급이 지급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디지털 급여 지급을 허용했으며, 지난달 소프트뱅크그룹 계열사인 페이페이를 최초의 디지털 급여 지급 플랫폼으로 선정했다. 앞서 일본 후생 노동성에 디지털 지불 사업 인가를 신청한 기업은 페이페이를 포함해 4곳이다.
아직은 소프트뱅크그룹 계열사 직원만 디지털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노사가 합의할 경우 어느 회사라도 디지털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사업자가 기존과 마찬가지로 은행 계좌로 급여를 입금하면 직원의 페이페이 계정에 포인트가 충전되는 식이다. 사업자 측이 별도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페이페이와 계약을 맺을 필요는 없다. 페이페이 측은 현재 대기업부터 중소 물류회사, 이사센터, 인재 파견 회사 등 300개 이상의 회사가 디지털 급여 지급 도입에 대해 문의했다고 밝혔다.
'페이페이'의 현지 영향력
1호 디지털 급여 지급 플랫폼으로 선정된 페이페이는 2018년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합작해 설립한 기업으로, QR코드를 활용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현지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8월 10일 기준 페이페이의 사용자 수는 6,500만 명에 달한다. 일본 인구의 약 2명 중 1명 이상, 일본의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3명 중 2명이 페이페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페이페이의 2023년도 결제 취급액은 10조 엔(약 92조3,000억원), 결제 횟수는 63억6,000회에 육박한다.
페이페이는 대형 체인점은 물론 중소 규모의 점포나 자동판매기, 대중교통, 온라인 결제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페이페이 잔고 충전을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1,000개사 이상이며, 페이페이 및 페이페이 카드로 쇼핑을 할 수 있는 가게·장소는 1,000만 개 이상이다. 페이페이의 코드 결제 서비스가 일본 국민의 일상 전반에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캐시리스' 정책의 일환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페이페이를 활용한 디지털 급여 제도 도입이 캐시리스 결제 비중 제고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캐시리스 비전’을 발표하고 캐시리스 결제 비중을 2025년까지 40%, 최종 8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총리실 직속 '디지털청'을 출범, '디지털 전환'을 범정부적 핵심 과제로 내세우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 이후 현지 캐시리스 결제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경제산업성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비현금 결제액은 126조7,000억 엔(약 1,167조원)에 달했다. 2019년 26.8%에 그쳤던 현지 캐시리스 결제 비율 역시 2021년 32.5%, 2022년 36.0%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39%로 일본 정부의 2025년 목표치인 40%에 근접해졌다.
다만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한국(95.3%), 중국(83.8%), 호주(72.8%)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전통적인 현금 선호 문화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결제 시스템이 디지털 전환이 비교적 더딘 상황"이라며 "차후 일본 사회에서 디지털 급여 지급이 보편화될 경우, 페이페이의 핵심 모델인 QR코드 결제를 중심으로 캐시리스 결제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