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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에서 소외된 삼성전자, 초격차 기술력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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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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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 드러난 삼성 반도체 위기론
삼성전자와 TSMC의 다른 길
파운드리에 HBM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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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위기론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에서 올 3분기 어닝쇼크를 냈다. 이런 가운데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대만 경제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셰진허 회장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서 경쟁사에 밀려"

29일 대만 경제전문가 셰진허 재신미디어 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TSMC가 지금 같은 자리에 오른 건 미국이 첨단 공정 장비를 보호한 덕분”이라며 “중국이 첨단 공정 기술을 돌파하면 가장 먼저 사라질 기업은 ASML이며, TSMC 또한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핵심 사업에서 중국 기업 등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타산지석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셰 회장은 “삼성은 과거 오랫동안 TSMC와 대등한 위치에 있었으나, 현재 TSMC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380억원)를 넘어섰고 삼성의 시총은 TSMC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은 TSMC보다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05년 이전 30%를 넘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해 0.3%에 불과하다”며 “아프리카와 동남아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에 잠식당했고, 주요한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서도 중국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심각한 건 삼성의 최대 경쟁력이었던 D램 시장에서도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완패한 점”이라며 “올해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인텔을 넘어선 것은 반도체 업계의 큰 사건”이라고 했다. 셰 회장은 “이 모든 것이 말해주는 건 중국이 참여하는 세계화 속에서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최종 승자는 기술 장벽을 높이는 기업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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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의 한계, TSMC와 격차 더 벌어져

명실상부 메모리 업계 1위였던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한 가장 근본적 문제는 기술력의 한계에 있다. 기술 격차로 인해 예전처럼 빠른 속도로 경쟁사를 추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1㎚=10억분의 1m)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했음에도 글로벌 거물들이 여전히 TSMC의 생산라인만 바라보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에는 큰 물량을 맡기는 고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TSMC에는 애플과 엔비디아가 주문을 계속 내고 있다. 이에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역시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파운드리의 수율(웨이퍼당 결함이 없는 합격품이 나오는 비율)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TSMC와의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TSMC가 59% 삼성전자는 10%를 기록했다. 올해는 TSMC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져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와중에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싼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확산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만약 반도체법에 변화가 생길 경우, 삼성전자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보조금 발표 이후 이를 450억 달러(약 62조2,000억원) 규모로 확충했다. 그러나 고객사 확보가 늦어지자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완공 시점을 이미 한 차례 미뤘다. 당초 올해 말 가동 예정이었으나, 2026년에 생산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비용 부담이 지금보다 더해진다면 공장 완공 시점은 더 지연될 수 있다.

기술 리더십 후퇴·임직원 사기 저하 등 총체적 문제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성적을 기록하며 위기론을 더욱 부각시켰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부문은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컨센서스인 4조원대를 하회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삼성은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지만, 각 계에선 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실책과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 등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현재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기술 리더십의 후퇴와 도전적인 조직 문화의 실종,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 기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이 직접 '반성문'을 쓰며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의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그 대상으로 임직원, 투자자와 함께 고객을 포함했다.

다만 전 부회장 사과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고객’은 있지만 이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겐 "기회가 될 때마다 활발하게 소통하겠다"고 명시했고, 임직원을 겨냥해선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시장 지형은 과거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고객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른바 ‘커스터마이징’이 잘된 브랜드가 생존에 유리한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도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유연성이 TSMC와 삼성의 격차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발목을 잡아 온 HBM과 파운드리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연내 HBM3E 주요 고객사 공급을 확대하고, 파운드리는 2나노 GAA 공정을 내년부터 양산에 나서는 등 AI 향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시장의 우려를 샀던 엔비디아 HBM3E 공급에 대해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는 공식 입장을 언급함에 따라 AI 메모리 시장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단 HBM3E 공급으로 물꼬를 트면, 내년 HBM4(6세대) 등 차세대 제품에선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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