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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특약 미준수'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설에 이례적 자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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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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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보상배율 5배 미만 기록, 재무특약 충족 못해
누적 적자 6,600억·이자보상배율 0.9배
추후 회사채 신규 발행 시 금리 상승 우려도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재무특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사채권자 집회를 열게 됐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대기업이 회사채 발행 시 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넣은 특약을 지키지 못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와 중국발 저가공세에 최근 3년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점이 뼈 아픈 결과를 빚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 소집 예고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사채권자들과 특약사항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미준수한 재무특약은 연결기준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의 이자보상배율 유지' 조항이다.

특약은 기업이 회사채 발행한 후 만기까지 꼭 이행해야 하는 행위와 할 수 없는 행위를 규정한 것이다. 발행회사의 재무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채무상환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특약을 지키기 못해 원리금 조기상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올해 창립 48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석유화학 업체인 롯데케미칼이 재무특약을 지키지 못해 사채권자 집회 소집을 예고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약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넣은 것이기에 통상적인 상황에선 발동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롯데케미칼과 투자자도 회사채 발행 당시에는 이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전혀 생각 못했을 텐데, 그만큼 업황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시장에선 롯데케미칼이 장기간 적자를 보면서 재무건전성이 꼬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이자보상배율은 0.9배에 불과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본다. 이자보상배율 5배를 유지해야 했던 롯데케미칼은 2021년만 해도 27.8배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1.2배, 2023년 2.2배로 급격히 추락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투자자 달래기 착수, "즉시 활용 가능 예금 15조"

롯데케미칼의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밑돌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 업황 침체 속에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3분기까지 6,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롯데케미칼은 투자자 달래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우선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특약사항을 조정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사채 원리금 상환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가운데 채권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금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0월 기준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으로 총 4조원을 확보해 둔 상태며 부채비율은 약 75% 수준에서 유지 중이다.

이외에 해외 자회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 전체 10월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룹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다.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도 15조4,000억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 매각 통해 재무 건전성 제고

재무 건전성 제고 작업에도 착수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LOTTE UBE Synthetic Rubber Sdn. Bhd.)을 청산했다. LUSR은 말레이시아에서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회사로 사업을 영위해 왔지만, 범용 비중을 줄이고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롯데케미칼의 전략 방향에 따라 사업을 정리했다. LUSR 청산으로 롯데케미칼은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해외 자회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EG 생산법인 'LCLA'(LOTTE Chemical Louisiana LLC) 유상증자 지분 40%를 활용해 연내 약 6,600억원을 조달한다. 확보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축소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LCI'(PT Lotte Chemical Indonesia)의 지분을 활용해 내년 중에는 약 7,000억원 자금도 조달할 계획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롯데케미칼의 LC USA의 LCLA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약 60%로 바뀐다.

관건은 투자자들이 특약 사항 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롯데케미칼이 원리금 상환까지 대비했다고 하더라도 석유화학 불황으로 3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데다, 투자자들이 대거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경우 재무부담 가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보유 현금을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에 대비했지만 문제는 앞으로 신규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상당히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와 특약 조정이나 만기 연장 등으로 합의한다면 금번 사안이 큰 문제 없이 진정되겠지만 상환을 요구하면 재무 부담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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