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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 당선과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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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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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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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로 미국 대외 전략 ‘근본적인 변화’ 예상
국제기구 위상에 치명적 손상 불가피
아시아 국가들, 국방 예산 증액 압박과 미중 관계 악화 대비해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두 번째 대선 승리는 미국 대외 관계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트럼프가 보여 온 국제기구에 대한 불신과 국제 문제 개입에 대한 회의는 UN을 비롯한 다자간 기구들(multilateral organisations)의 위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가와 손익에 치중하고 모든 것을 관세로 해결하려는 성향도 아시아 국가들에 적지 않은 해악을 끼칠 것이다. 다수의 국가가 미국과의 안보 협력 유지를 위한 국방 예산 증액과 늘어나는 관세, 미중 관계 악화 속에서 신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당선, 미국 대외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의미

다수의 세계 시민들이 미국 대선에 투표하고 싶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선 결과의 영향이 미국 시민들에게만큼 그들에게도 미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에서 일어난 변화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각국은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결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지켜보며 투표에 응하지 않았다. 대선 결과를 결정한 것은 대외 정책 이슈나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칠 안건들에 대한 고려도 아닌 감정과 충동에 이끌린 선택이었다. 세계 질서 유지에 있어 미국의 역할과 책임이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던 시절에는 미국 내 리더십의 교체가 크나큰 대외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대외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전에 존재했던 수많은 제국이 역할과 힘을 잃어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미국인들은 단 한 번의 투표로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부담과 의무를 놓아버렸다. 그들은 더 이상 정치 및 법 제도의 역할과 효과성을 신뢰하지 않고 ‘세계 경찰’로서의 의무에도 반대한다.

글로벌 안보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에도 회의적이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기부금에 기생한다고 눈을 치켜뜬다. 미국 유권자들이 그 어느 정치인보다 먼저 ‘세계 경찰’ 역할에 반대해 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미국이 지출하는 비용으로 우방국들을 같은 편으로 유지하고 미국 본토에서의 전쟁 위험을 방지한다고 설득했지만 의심과 불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분쟁을 정파적 이익에만 이용한 것도 미국의 개입을 선택적인 사안 내지 엘리트 정치인들의 사익을 위한 ‘사기’(scams)로 보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 사안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수많은 세계 시민들과 미국 시민들이 존재했지만 그들은 투표권이 없거나 투표수가 충분하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들, 방위비 예산 증액해야 안보 지원 유지

트럼프나 그의 국가 안보팀도 미국의 세계 패권을 해체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와 국가 간 협력에 대한 혐오, 관세 만능주의,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이 가져올 결과는 자명하다. 미국이 참여하고 있는 UN과 국제 경제 기구, 다자간 기구 및 이들의 수행하는 초국가적 문제 해결 노력에도 복구 불가능한 피해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균열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4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제기구의 종말을 보며 환호할 것이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트럼프의 국가 안보 담당 지명자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여전히 ‘전쟁 억지’(deterrence)의 기치 아래 전 세계에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며 미국 패권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아시아 우방국들은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와 국가 안보팀이 견지하는 ‘군사적 강경 노선’의 충돌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특히 태평양 연안국들에는 ‘공짜’가 아님을 입증해야 미국의 안보 지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일본의 국방 예산 증액, 대만의 국방 개혁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국방비 부담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AUKUS(호주, 영국, 미국 간 3국 안보 동맹)와 같은 협약을 통한 더 많은 미국 무기 체계 구매까지 포함된다.

미국이 포기한 리더십, 안보 협력과 지역 통합으로 채워야

트럼프는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한 전쟁 방지’를 원칙으로 내세우지만 그의 임기 동안 세계는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의 탄탄한 정치적 입지는 대담한 외교 전략의 실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이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의 개인 외교는 물론 이스라엘의 외교적 입지를 확장해 주는 조치까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상대방을 도발하는 성향과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은 오판으로 이어져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이 이룬 미지근한 미중 관계 정상화 역시 유지되기 어렵고 대만은 트럼프 정권하에서 ‘뜨거운 감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집권이 국제 무역 체제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아시아 경제에 미칠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예상은 관세와 양자 간 협상을 통해 미국 수출을 늘리려는 트럼프 정권의 시도와 씨름하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이 트럼프 2기 정권에서 얼마나 유효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열렬히 환영해 왔기 때문에, 일부 국가 및 산업의 경우 미국 내 투자를 통해 무역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중 관계에는 더욱 깊은 골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와 공화당 주도의 국회가 남발하는 관세와 수출 규제 및 제재 속에서 전 세계는 더욱 파편화되고 고비용과 저성장에 허덕일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복잡성도 한층 증가해 전 세계는 적응과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의 다수 국가는 악화하는 미중 관계 속에서 중도 노선을 통한 위험 최소화에 나서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접근에 어떤 대가를 물릴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이미 저물고 있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의 종말을 더욱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지만 이것이 미국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로 남을 것이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내려놨고, 이제 우방국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공공의 선(public goods)을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파편화되고 무질서한 세계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더욱 긴밀한 안보 협력과 지역 통합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 반세계화(deglobalisation)로 인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든 갈수록 어려움과 위험이 가중되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다.

원문의 저자는 수잔 손튼(Susan Thornton)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로스쿨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 Act II spells the end of the American empir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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