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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동아시아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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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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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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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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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멕시코 겨냥 보호무역 강화 예상
동아시아, 미중 갈등 속 유일한 생존 방안은 ‘강화된 협력’
제도적 절차와 자유 무역 보장된 ‘대안 시장’으로 거듭나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중국 및 멕시코를 겨냥해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련의 보호무역 조치를 통해 단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번영은 동아시아가 미중의 경제 패권 전쟁에서 ‘장기판의 말’이 되기보다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갈 것임을 단호히 선언해야 얻어질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 간 강화된 협력만이 미중 양 진영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글로벌 자유 시장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관세 인상이 주는 ‘단기 이익 유혹’ 경계해야

트럼프는 집권 초기 협상 전략으로 교역 물품과 대상국 전반에 걸친 관세 인상을 내세울 것이다.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은 이미 예견되어 있고, 미 의회는 더 나아가 중국을 ‘영구적 정상 무역 관계’(Permanent Normal Trading Relations, 최혜국 대우를 의미)에서 끌어내려 미중 관계에 더 큰 파국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단기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미국 수출품들은 더욱 가격 경쟁력을 잃고, 많은 중국, 유럽, 미국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은 자유 무역을 파괴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 양자택일을 강요함으로써 단기 이익을 빠르게 상쇄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와 전 세계 기업, 정부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 분명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의 한 편에서 단기 이익을 취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함께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는 세계와 연결된 단일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데다, 나아가 고유한 장점을 살려 중국과 미국의 매력적인 대안 시장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특정 산업 영역에 국한된 성과를 고집스럽게 추구하거나 미중 한쪽에 붙어 돈 되는 계약을 따내려는 시도보다 제도적 절차와 자유 무역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국 산업 발전 프레임’에 갇힌 중국, 미국의 접근 방식을 넘어 전 세계 국가들의 독립성과 시장 기회를 살려 주는 동시에 동아시아 자체의 이익도 도모할 수 있다.

동아시아, 미국, 중국 ‘대안 시장’ 부상 가능성

동아시아가 두 강대국과 대비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장단기적 열매는 가시적으로 존재한다. 단기적으로 기술 규제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열리고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과 상호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기술 이전을 철저히 제한하는 미국,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동아시아의 공급망은 효율성과 신뢰성 면에서 강대국들을 압도할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가 강대국의 관세 장벽 구축에 동참하지 않고 직접 투자 유치와 생산 역량 통합을 빠르게 진행한다면, 지역 내 가구 및 기업들의 구매력도 키울 수 있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산업들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동아시아는 미중 양쪽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자유 시장을 창출해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특정 영역에만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경쟁 우위를 상실하고 있다. 결과론에만 집착하는 관료들이 선정한 ‘핵심 산업’에 지원을 집중하고 생산 영역에만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정작 연구개발과 공공재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스스로 묶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자유 무역과 투자 기회의 마지막 보루

이 시점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과 협력과 통합을 도모하는 가운데 전략적 개방성(strategic openness)을 유지함으로써 대세가 되고 있는 기술 기반 무역 및 소비의 기준과 네트워크 구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국가가 미중 양국 체제에 강제로 편입되기보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해당 기준을 설정할 기회를 선호할 것이다. 여기에 유럽, 인도가 참여하고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간 기구를 활용한다면 더 넓은 범위의 협력이 가능한 상호 연결 네트워크를 장착할 수 있다.

물론 외교와 산업 정책상의 협력과 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수출과 제조업 고용 증대에 그치지는 않는다. 여기에 친환경 기술 완제품과 부품 공급을 오픈소싱(open sourcing)화한다면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해 전 세계의 수요를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중국과 미국의 접근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방식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멸적인 경제 전쟁에 몰두해 아직 한 편에 서지 않은 국가들을 도외시하는 것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외교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협력 대상을 찾아 미중이 외면하고 있는 ‘탄소 중립 경제 전환’(transition to a carbon neutral economy)과 같은 공공재 영역에서의 기회를 탐색할 수도 있다.

시장 지배자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결코 시장 지배자가 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및 산업 정책을 따라 해서는 그들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고 나아가 신규 기술 도입에 그들만큼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적을 굴복시킬 만한 돈도, 군사력도 없는 동아시아의 핵심 경쟁력은 전 세계 자유 무역과 투자 기회의 마지막 남은 대안이라는 물리적, 경제적 위치에 있다. 절대 강자에 도전하는 길은 오직 차별화뿐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소장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proofing the East Asia economy through elus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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