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파이낸셜] 크레딧 스위스 사태가 주는 교훈
Picture

Member for

8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고객 자산으로 ‘도박한 격’
‘관리·감독 부실’과 ‘방만한 성과급’이 원인
‘위험 선호 문화’ 전반적 확산 우려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가 위기에 몰렸을 때 무엇보다 거대한 규모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과 우려가 집중됐다. 하지만 은행을 막다른 길로 내몬 것은 부실한 관리 속에서 성과급에 눈이 멀어 공적 자금으로 위험한 도박을 한 경영진 때문이었다. 수십 년 동안 290억 스위스 프랑(약 50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임원 보너스로 300억(약 52조원)을 지급한 이 은행을 위해 스위스 정부는 GDP의 26%에 해당하는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했다.

사진=ChatGPT

크레딧 스위스 사태, ‘부실 경영’이 원인

이는 구성원들이 얻을 것만 있고 잃을 것은 없을 때 생기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학교와 대학으로 번지고 있는 무분별한 한탕주의에 경각심을 주는 사례다.

크레딧 스위스가 망한 것은 분명히 경영진의 관리 소홀 때문이다. 경쟁사인 UBS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위험 자산을 줄였음에도 정확히 반대로 운영했다. 이사회는 2022년에만 11건의 부채비율 한도 예외를 인정했는데 모두 성과에 사로잡힌 임원들의 압박 때문이었다. 규제 당국은 수백 건의 위험 신호를 인식했고 그중 다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지만 적절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성과급에 취해 ‘리스크 관리 뒷전’

아르케고스 캐피털(Archegos Capital)을 포함해 은행의 실패한 도박을 들여다보면 내부 모델의 예측을 훨씬 벗어난 손실이 드러난다.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단기 수익을 위해 끝까지 밀어붙인 관리자들 때문이라는 얘기다.

최대 잠재 손실 추정치 대비 실제 손실(단위: 스위스 프랑)
주: 아르케고스 캐피털(좌측), 그린실 캐피털(우측), 최대 잠재 손실 추정치(VaR Limit), 실제 손실(Realized Loss)

경영진의 행동 뒤에는 안전을 무시하고 매출에만 보상하는 성과급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중견 트레이더들은 기본급보다 평균 다섯 배가 많은 성과급을 받아 갔는데 60%가 매출 자체에 연동돼 있었다.

임원 기본급 대비 성과급 비율(2022년)
주: 크레딧 스위스, UBS, HSBC, 바클레이즈, 도이체 방크

수년간의 위험 신호와 형사 고발, 질책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얻을 것은 너무 많고 개인적으로 잃을 것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 선호 문화 확산은 ‘위험’

그런데 이런 위험 선호 문화가 교육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교육 당국이 화려한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변동금리 채권을 발행한 일도 있다. 그야말로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에 베팅했지만, 금리가 오르자 이자 비용이 1/3 증가해 교사 훈련 비용을 줄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경영진에게 리스크 현황을 보고하는 등 공식적인 위험 감독 기능을 갖춘 기관들이 팬데믹 시기 훨씬 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호주에서는 이사회에 최고 위험 관리자(chief risk officer)를 둔 대학교가 ‘대학 등록 위기’(enrollment crashes,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대학 등록자가 급속히 감소한 현상) 기간, 자본 부족으로 시설 투자를 미루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리스크 관리는 스프레드시트나 분석 자료가 아니라, 그것들을 해석하는 사람과 그들에게 제공되는 동기 부여에 좌우된다.

정확한 ‘책임자 처벌 방안’ 강구해야

일부에서는 잘못한 금융 기관은 망하게 놔두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연금 기금과 학교 채권 등에 손해를 입히며 14조 달러(1경9천억원)를 금융 시장에서 사라지게 했다. 이때 구조적 개입을 통해 위기를 관리한 국가들이 빠른 경제 회복 속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진정 책임을 묻고 싶다면 다수의 피해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잘못이 있는 자들만 고통을 느끼게 해야 한다. 법적 책임과 관리·감독을 강화해 부담을 죄 없는 납세자가 아닌 은행 중역들이 지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성과급, 잘못되면 ‘10년 뒤에도 환수’

따라서 임원들이 받은 성과급은 지급 후 10년까지 수반되는 리스크에 연동해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위스는 필요한 경우 중역들이 새 배의 금액을 토해내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임원들이 받는 주식 보너스의 절반은 위기 발생 시 완충 자본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한편 영국처럼 필요시 은행 관리자들을 일일이 추적해 징계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 채용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정책 당국에도 더 날카로운 칼이 쥐어져야 한다. 크레딧 스위스 사태 당시 수백 가지의 문제점을 발견했음에도 규제 기관이 개인에 대한 벌금 부과나 이사회 강제 탈퇴 등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감시인들에게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상응하는 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만병통치약과 같은 해결책은 없다. 독립적인 리스크 평가와 관리·감독, 리더들의 금융 문해력 배양이 합쳐져야 한다. 아울러 미래 교육자들에게는 교육학과 함께 위험 관리도 가르쳐야 한다. 잘못되면 당사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amblers at the Helm: Why Executive Risk Culture—Not Bank Size—Broke Credit Suisse and What Every Education Leader Must Learn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