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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더 졸라매는 MS, 9,000명 감원 "非 AI 인력 줄이고 투자 늘리겠다" 美 테크 기업들, 올해만 6.3만 명 해고

인공지능(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수개월 사이 세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감원 대상은 전 세계 직원의 약 4% 수준인 9,000명으로, 지난 5월 약 6,000명을 감축한 데 이어 두 달간 누적 해고 규모만 1만5,000명에 달한다. 이는 AI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아낀 인건비로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미국 테크업계 전반에 걸쳐 AI의 일자리 대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S, AI 전환 가속화에 추가 감원
2일(이하 현지시간) MS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전 세계에 근무 중인 다양한 사업부에서 약 9,0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22만8,000명이었던 MS 전체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숫자로, 2023년 1만 명 감원 이래 최대 규모다. MS 측은 성명에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며 "관리자 계층을 줄이고, 신기술을 활용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역동적인 시장 상황 속에서 회사와 팀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직 개편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원은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는 MS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평가된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19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MS 빌드 2025(Microsoft Build 2025)’에서 “오픈 에이전틱 웹(Open Agentic Web)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개인이나 조직,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감원에는 엑스박스(Xbox)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Xbox 게임 부문 CEO 필 스펜서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게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성공을 이끌고, 전략적 성장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특정 사업에 관한 업무를 종료하거나 축소할 것"이라며 "또 민첩함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간 관리 직급을 제거하는 MS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했다.
MS의 이번 결정에 따라 Xbox 스튜디오의 주요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Xbox가 야심 차게 준비하던 '퍼펙트 다크'(Perfect Dark)는 개발이 취소됐고, 이를 제작하던 디 이니셔티브(The Initiative) 스튜디오도 폐쇄됐다. 또한 2019년 발표된 레어(Rare)의 '에버와일드'(Everwild)도 공식적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개발사 턴10 스튜디오(Turn 10 Studios)도 7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며 타격을 입었다.

“AI가 제일 잘하는 일이 코딩” MS 구조조정 1순위 ‘개발자’
MS의 대규모 감원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MS는 지난 1월 저성과자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약 1%를 감원했고, 5월에는 6,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지난 1월 이후 감원 인원만 1만5,000명을 넘긴 것으로, 감원이 계속 이어질 경우 앞서 MS 역사상 가장 큰 구조조정이었던 2014년(약 1만8,000명)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MS 구조조정의 가장 큰 희생양은 개발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반 코드 작성 및 분석 도구가 확산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자 역할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된 데 따른 결과다. 나델라 CEO는 지난 4월 메타의 AI 개발자 회의 라마콘(LlamaCon)에서 “회사 내 코드의 20~30%가 이미 AI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I가 사람의 직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MS의 새로운 코딩 AI 에이전트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은 개발자가 몇 가지 지시만 내리면 알아서 코드를 작성한다. 이전의 MS 코딩 AI 에이전트는 개발자가 진행 중인 작업을 기반으로 코드를 생성하는 수준이었지만, 깃허브 코파일럿이 출시되면서 개발자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에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됐다. 개발자 다음으로는 제품 관리(Product Management)와 기술 프로그램 관리(Technical Program Management) 역할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해당 직군은 약 600명으로, 전체 감원의 약 30%를 차지한다. 반면 고객에 직접 대응하는 부서는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美 빅테크 감원 ‘러시’
대규모 감원 칼바람은 MS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불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비용을 재조정하고 예산을 재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도 최근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약 100개를 감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감축에는 킨들(Kindle), 에코 스피커(Echo Speaker), 알렉사 음성 비서, 죽스(Zoox)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제품 개발 관련 부문이 포함된다. 아마존은 2022년 초부터 약 2만7,000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인텔도 올해 4월 2만2,000명(약 20%)에 달하는 인력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해 8월에도 1만5,000명(당시 약 15%)을 감원했다. 메타 역시 지난 2월 약 3,600명(전체 인원의 약 5%)를 해고한 데 이어, 4월에는 가상현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에서 수백 명을 해고했다. 세일즈포스도 올해 초 AI 중심의 영업 역할을 강화하며 1,000명 이상을 감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올해부터 엔지니어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워크데이 또한 2월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AI 관련 전략적 인재 채용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2023년 역사상 최대 규모인 1만2,000명(전체 직원의 약 6%) 규모 감원과 지난해 12월 관리직 인력 10% 감축 이후 매월 부문별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 클라우드 부문에서 100여 명 규모, 4월 플랫폼·디바이스 부문(안드로이드·크롬·필셀 등)에서 수백 명 규모, 5월 글로벌비즈니스 부문(판매·파트너십)에서 200여 명을 감원했다. 지난달엔 검색·광고·연구·엔지니어링·지식정보(K&I) 부문 등 핵심 부서에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지식정보 부문에만 현재 2만여 명이 소속돼 있다.
미국의 해고인력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내 IT 기업에서 정리 해고를 단행한 기업은 150곳으로, 해고 인원만 6만3,823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IT업계 전체 인력의 1% 가까운 규모로, 삼성전자의 전 세계 직원 수 25만여 명의 24%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549개 테크 기업에서 총 15만2,922명이 일자리를 잃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