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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위기론' 최초 언급 다가오는 연말 인사, DS부문 대대적 조직 개편 전망 시장 비판 직면한 사업지원TF, 역할 변화 가능성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최근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임원 인사를 앞두고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 "어려운 상황 반드시 극복하겠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진행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아울러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달라"고 호소했다. 올해 들어 이어진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반도체 기술력 저하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오던 이 회장이 연말 인사 등을 앞두고 직접적으로 쇄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시장의 이목은 앞으로 진행될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방향에 쏠리고 있다.
DS부문 중심으로 '칼질'
삼성전자는 통상적으로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해 왔으나, 지난해에는 11월 말에 인사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기 극복을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빠르면 오는 27일 사장단 인사를 진행하고,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신상필벌(信賞必罰, 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내려야 한다)' 및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적 부진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예고된 DS 부문이 '격변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3분기 3조8,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이미 낮아진 시장 기대치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든 바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DS 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임원들에게 퇴임 통보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안팎에서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의 이동 가능성을 비롯해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남석우 제조&기술 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의 중용 가능성이 거론된 상태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과 전영현 DS 부문장의 '투톱'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사업지원TF' 책임론 힘 얻을까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사업지원TF는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만들어진 조직으로,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지원, 계열사 간 시너지 발굴 등 실질적인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조직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 및 사업지원TF에 대한 책임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 부회장이 재무 안정성에만 집중한 경영 방침을 고수해 오면서 역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지원TF는 미래보다는 현재의 재무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며 "지금은 기술을 제대로 아는 전략가와 재무·관리통이 협력해 미래와 현재를 모두 챙겨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산업지원TF 수장직을 내려놓을 경우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사장은 회계와 경영관리 등 재무 부서에서 역량을 쌓은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물로, 삼성전자가 핵심 인재들을 집결해 만든 미래전략실에서 전략1팀을 담당하는 등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