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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50%→3.25%’ 53개월 만의 인하
갈 길 먼 내수 회복, 경제전망치 하향 예상
초과공급 끝난 부동산 시장, 가격 향방은?
한국은행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에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금리 동결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예상된 탓이다. 내수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 정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많은 이목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을수록 금리 인하에 대한 반응은 느리고 약하게 나타난다.
금리 동결 기정사실화
2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틀 뒤인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0.25p 낮춘 바 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의 금리인하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달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향후 3개월 통화정책에 대해 금통위원 5명은 동결, 1명은 인하 가능성 배제 불가라는 의견을 내면서 보수적인 시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안정의 중요도는 낮아지지 않은 만큼 1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연 3.25%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단 이달 금리 결정은 동결, 그리고 1명 이상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정책이 위급한 국면을 빼고 연속으로 인하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속 인하 결정은 상징성이 너무 큰 결정”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환율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거는 요소다. 먼저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한때 1,400선을 돌파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섰다.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때만 해도 1,300원대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환율을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이라고 언급했지만, 추후 가파른 급등세를 그리며 금리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권은 소폭 완화됐지만,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6조6,000억원으로 전월(5조3,000억원) 대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가계부채 잔액 또한 2,000조원에 근접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추후 금리 전망을 예측할 수 있는 시점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공약들의 현실화 정도에 따라 가이던스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강도와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향후 정책 대응 여력은 낮아질 수 있다”고 짚으며 “빠르게 인하가 단행되는 경우는 내년 경제와 내후년 경제에 대한 우려가 함께 높아지는 경우에 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금통위 통화정책회의는 16일 예정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일(1월 20일)보다 빠르다.
반도체·IT에 집중된 수출, 불확실성↑
한은은 28일 수정 경제전망치도 발표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한은 예상치인 0.5%에 한참 못 미친 0.1% 수준에 그친 만큼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 일치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올 3분기 성장률이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보다 굉장히 낮았다”며 “향후 반도체, IT 수출이 언제까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지도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요 경제기관들도 일제히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내렸다. 한국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게 IMF의 설명이다. IMF 한국미션단은 “(한국이) 국내외 환경 변화에서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인플레이션은 한은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으나,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2%,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2.0%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조치가 2026년 적용될 것으로 가정한 데 따른 수치로, 만약 시행 시기가 2025년으로 앞당겨질 경우 2025년 2% 경제성장률도 지키기 힘들다는 게 KDI 분석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순수출의 기여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은 그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로 1.8% 이하를 전망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1.8%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내년 1.8% 성장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및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통상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 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즉시 공급이 어려운 부동산의 경우 그 시차가 더 길고, 파급력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이달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한 주 전보다 0.01%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지난 5월 둘째 주(-0.02%) 이후 27주 만이다.
이같은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비롯한 대출 규제, 트럼프발(發)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집값의 하방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탓이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전 고점을 회복하면서 임계점을 돌파해 매수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크게 줄었고,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시장을 떠나는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로는 공급량을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부동산 시장은 그 특성 때문에 현시점의 공급량은 물론 미래 시점의 공급량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미래 시점의 공급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는 주택 인허가 건수, 착공 건수 등이 있다. 교보증권이 이달 19일 발표한 ‘2025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순공급은 2020년 초과공급으로 전환된 이후 현재까지 8만9,000세대가량 초과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같은 초과 공급 증가세는 올해 들어 완만해졌으며, 내년부터는 감소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미 IAU 교수) 소장은 “향후 추가적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집값 상승세를 소폭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