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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과잉생산 악순환, 관리 비용만 연 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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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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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20년 새 30% 줄었는데
공공비축량은 2008년 수준
초과생산 구조 전면 개혁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을 국민의힘 반대 속 강행 처리했다. 넘치는 쌀 때문에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지만 야당은 현실에 눈감은 채 더 강력히 정부 수매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양곡관리법 강행, 쌀 생산 부추기는 촉매제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양곡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민주당은 1년 만인 지난 4월 남는 쌀을 회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문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형적인 쌀 산업 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 쌀 재배면적 중 8만 ㏊(핵타르)를 줄이려고 추진 중인데 (남는 쌀 의무 매입 시) 어느 농가가 쌀 생산을 줄이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쌀은 과잉생산되고 예산을 수천억 원씩 들여도 쌀값을 못 잡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개정안이 타 작물로의 재배 전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 대신 논콩과 같은 전략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쌀이 아닌 다른 작물로의 전환이 쌀 과잉생산을 막으면서 장기적으로 농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을 더 부추기는 촉매제인 셈이다.

쌀 매입·관리 예산 3년간 8조원

현재 정부가 쌀을 사들이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올 한 해에만 최소 3조1,858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당초 올해 양곡 매입·관리비로 2조7,460억원을 책정했다. 공공비축쌀뿐만 아니라 수입쌀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다. 지난 3년간 정부가 쌀을 사들이고 관리한 비용은 8조원을 넘는다. 농식품부의 양곡 매입·관리비와 시장 격리 비용을 합하면 2021년 1조9,500억원에서 2022년 3조1,194억원, 2023년 3조569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쌀 비용은 별도다. 올해 정부는 구곡(지난해 생산된 쌀) 20만 톤을 시장 격리하는 데 4,398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생산된 신곡 20만 톤도 시장 격리 예정이어서 추가 비용이 투입된다. 통상 신곡은 구곡보다 1.2~1.5배 비싸기 때문에 최소 5,277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쌀 소비량에 맞춰 비축량을 조정하기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된 공공비축제는 유명무실이다. 201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공공비축제도 운영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제도 도입 당시 비축 물량은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를 참고해 소비량과 연계되도록 설정했으나 매년 비축 물량은 쌀 소비량 감소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2008년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제도 도입 당시인 2005년 80.7kg에 비해 30.1% 감소했지만 올해 공공비축량 45만 톤은 2008년 비축 물량인 40만 톤보다 많다.

이에 대해 서세욱 인천대 교수는 "소비량은 굉장히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쌀값을 어느 정도 유지해 주니 벼 재배 농가 같은 경우 계속 재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논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면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가격 격차를 결국 재정으로 다 메꿔야 한다는 소리가 되는데, 재정을 언제까지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햅쌀 5만6,000톤 초과생산

정부는 올해도 햅쌀이 5만6,000톤가량 남을 것으로 예측하고, 이보다 14만4,000톤 많은 20만 톤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식으로 쌀값 하락을 방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공공비축미 36만 톤도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와 농협은 올해 벼 매입 자금을 작년보다 9,000억원 늘려 4조3,000억원 지원한다. 이 가운데 정부 지원액이 1조3,000억원, 농협 지원액이 3조원이다.

아울러 정부는 벼 매입 자금을 받은 산지 유통업체가 의무 매입물량을 연내 사들이도록 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산지 유통업체의 저가 판매에 따른 시장 교란 행위를 지속 점검하고, 부정 유통 단속 기간을 연말까지로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산지 가격 하락 문제를 막기 위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벼 재배 면적 감축을 위해 각 시도에 감축분을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벼 재배 면적을 조정하고 품질 위주의 생산 체계로 전환, 신규 수요 창출 등의 내용을 포함한 '쌀 산업 근본대책'을 이달 중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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