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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 파산, 中 지배력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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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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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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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속 무리한 확장 패착
유럽 배터리 업계 자금 경색 우려
中 견제 속 韓 기업 반사이익 전망

유럽 최대 배터리 셀 제조사인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파산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후퇴) 속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BMW 등 대형 고객사들의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배터리업계에서는 노스볼트의 파산이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유럽의 신생 배터리 업체들이 퇴출당하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스볼트 최대 주주 폭스바겐, 보유지분 상각

2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노스볼트 최대 주주인 유럽의 완성차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보유 지분을 대거 상각(회계상 손실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21%를 보유한 폭스바겐그룹은 이 회사의 최대 주주로 지난 2019년 9억 유로(약 1조3,300억원)에 이어 지난해 추가로 5억 유로를 투자했다. 아직 정확한 상각 규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보유 지분을 전액 상각할 경우 노스볼트 투자로 인한 손실 규모는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폭스바겐뿐 아니라 노스볼트의 지분 19.2%를 보유한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 23일 보유 지분을 전액 상각하며 1조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 유럽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완성차 업체들과 투자자들로까지 파산 여파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앞서 노스볼트는 지난 21일 미국 법원에 챕터 11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1은 기업이 영업을 이어가며 채무를 조정하게끔 해주는 보호 절차로 한국의 회생절차와 비슷하다.

미국 법원에 낸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노스볼트의 총부채는 58억 달러(약 8조원)인데, 보유 현금은 3,000만 달러(약 418억원)에 불과했다. 부채는 지난해 말 63억 달러에서 소폭 감소했지만, 보유 현금이 21억3,000만 달러에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6월 BMW와 2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이 파기된 게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BMW는 노스볼트가 납품 기일과 물량을 맞추지 못하자 2020년 체결한 장기 공급계약을 파기하고 이 물량을 삼성SDI에 맡긴 걸로 알려졌다.

노스볼트의 배터리 공장/사진=노스볼트

EU, 中 배터리 의존도 낮추려 했지만 역부족

노스볼트로 대표되는 유럽 배터리업계는 2017년부터 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유럽연합(EU)은 60억 유로 이상의 예산을 배터리 프로젝트와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했고 지난해 연간 매출을 810억 유로(약 119조5,000억원)로 늘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산 점유율을 3%에서 지난해 17%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고 노스볼트도 EU 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BMW, 볼보, 포르쉐 같은 유수의 유럽 자동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속에 무리한 사업 확장이 노스볼트에 독이 됐다. 테슬라의 임원 출신으로 노스볼트의 CEO였던 피터 칼손은 "고객사에 배터리 셀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회사를 계속 확장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노스볼트의 파산을 두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고 가혹해지는 상황을 방증한다"며 "유럽이 자본이나 야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경험과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고 지적했다.

노스볼트의 파산은 자금 시장의 경색을 초래해 배터리 모듈 및 팩 조립 시설(폴란드), 재활용 시설(노르웨이), 배터리 셀 제조 예정지(독일) 등 유럽 전역에까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폭스바겐의 배터리 사업부인 파워코는 독일 잘츠기터 공장에서 계획된 두 개의 생산 라인 중 하나만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토탈에너지가 지원하는 배터리 기업 ACC가 독일과 이탈리아에 공장을 추가 확장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中 CATL, 유럽 넘어 미국으로 투자 확대 추진

반면 유럽에 견제를 받던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투자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일례로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寧德時代)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73억 유로(약 10조7,800억원)를 투입해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규모를 처음 계획보다 확장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으로 4년 후 공장이 완공된다면 유럽에서 가장 큰 배터리 공장이 될 전망이다. CATL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등이 잠재 고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CATL은 최근 미국에서의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로빈 정 CATL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 1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미국에 공장을 짓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CATL은 포드와 합작회사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공장 설립을 모색했다가 미국 정치권의 반발 등으로 중단됐다. 현재는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 지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의 부진과 미국의 견제 속에 국내 업체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중국 업체의 부상을 견제하는 주요국의 정책이 한국 기업에는 보호막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세계 1위 중국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국가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은 중국과 한국이 각각 64.9%, 20.9%로 1위와 2위에 올랐다. 특히 중국은 CATL(36.7%)과 BYD(16.4%)의 점유율만으로 글로벌 시장의 과반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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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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