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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글로벌로지스 내년 상반기 상장, LLH 엑시트 예정 롯데지주·호텔롯데, 손실 피하려면 2조 몸값 인정받아야 비교기업 주가 약세, 높은 구주매출 비중 등 부담 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가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롯데그룹의 거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IPO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진행되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일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그 손실을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시장 악재, 높은 구주매출 비중 등을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목표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본격화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통상 청구서 제출 후 상장까지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시기는 내년 4월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예정) 주식 수는 4,164만4,166주며, 이 중 공모(예정) 주식 수는 1,494만4,322주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공동 주관사는 KB증권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슈다. 이번 IPO가 2017년부터 FI로 참여하고 있는 엘엘에이치(LLH)의 엑시트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LLH가 소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수는 747만2,161주(지분율 21.9%)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7년 총 2,789억원을 들여 취득한 물량이다.
LLH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상태다. 풋옵션 행사 단가는 주당 평균취득단가(3만7,337원)에 연복리 3%를 얹어 계산한다. 2017년으로부터 8년이 지난 시점인 내년 상반기 기준 1주당 풋옵션 단가는 4만7,298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LLH 소유 주식(747만 주)에 다시 적용하면 전체 풋옵션 행사가는 3,53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조 몸값' 인정받을 수 있을까
LLH의 엑시트가 걸려 있는 만큼 롯데글로벌로지스 IPO는 목표 밸류(기업가치)가 명확한 딜로 평가된다. 예심청구서에 기재된 상장 예정 주식 수(4,164만4,166주) 기준 LLH의 투자 밸류는 1조5,548억원이다. LLH 입장에서는 공모 밸류가 이보다 높아야 수익이 난다는 의미다. 풋옵션 행사가(4만7,298원)와 상장 예정 주식 수를 고려한 밸류는 1조9,697억원 수준으로, 공모 밸류가 이보다 낮을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등이 LLH의 손실을 메꿔야 한다. 사실상 1조9,697억원 밸류가 손실 회피를 위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문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피어그룹(비교그룹)에 속하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이 나란히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피어그룹의 최근 한 달간 PER은 CJ대한통운이 8.1배, 한진이 10.3배 수준이다. 두 기업 PER의 평균치(9.2배)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올해 연간 예상 순이익 504억원(상반기 순이익 252억원의 연간 환산액)에 곱하면 예상 기업가치는 4,637억원 안팎에 머물게 된다. 이를 상장(예정) 주식수로 나눈 공모가는 1만1,135원으로 풋옵션 행사 가격을 크게 밑돈다.
일각에서는 G마켓 '스마일배송' 물량 이탈이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신세계와 CJ대한통운은 G마켓 스마일배송 물량을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담당하는 내용의 협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마켓 스마일배송 물량은 월 200만~250만 건, 연간 2,400만~3,00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당 매출액을 2,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기존에 스마일배송을 담당했던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기당 120억~150억원가량의 매출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구주매출 비중이 절반?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 물량의 절반이 구주매출이라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구주매출이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으로, 새로 주식을 발행해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신주 발행’과는 다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공모주 중 구주매출의 비중이 높으면 투자 매력이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기존 투자자들이 상장 후 보유 지분을 대량 매각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상장 후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이슈가 부각됨은 물론,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 낮다고 해석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 구주매출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 역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IPO 이후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공모 금액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구주매출 비중 탓에 IPO에 실패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SM상선은 신주발행 50%, 구주매출 50%의 공모 구조로 IPO에 도전했으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2021년 11월 IPO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신주발행 25%, 구주매출 75%로 IPO를 추진했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2022년 1월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