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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0.25%p 인하 결정 환율 리스크에도 '내수 진작' 목소리에 반응한 것 해석 향후 한은 정책 기조도 금융 안정보다 성장 지원으로 바뀔 것 전망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달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결정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3.0%까지 떨어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입 물가 관리 목적에서라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물가 상승률이 1%대 초반으로까지 떨어진 데다 내수 진작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자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성장 하방 압력 해소 위해 금리 인하 결정
28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면서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1월 말 이후 환율 리스크가 진정되고 나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간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던 주요 요인들이 대부분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가시화되지 않은 환율 리스크로 경기 부양을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발표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3%를 기록하면서 9월의 1.6%에 이어 2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중앙은행들이 목표로 삼는 2%보다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같은 상황은 식료품,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이 1.8%에 불과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고금리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정부 측의 압력이 강화되기도 했다.
지난달까지 금리 인하가 늦춰진 또 다른 요인인 가계부채 증가세도 큰 폭으로 둔화된 모습이다. 지난 8개월간 금융권 가계대출이 9조8,000억원이나 증가했었던 것이 9월 5조3,000억원, 10월 6조6,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9월부터 도입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더불어 금융당국이 관치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대출 규제에 따라 신규 아파트 분양 및 입주가 늦춰지고 있는 만큼, 내년 1분기까지 단계적으로 가계대출 확대 규모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잠재성장률 2%에 못 미치는 성장 전망이 금리 인하의 주원인
시장에서는 환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한 것은 내년 이후 경제 성장 전망이 매우 비관적으로 나왔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2%, 1.9%로 예상했다. 이번에 새로 낸 2026년 성장률은 1.8%로 제시했다. 지난 8월 낸 수정경제전망(올해 2.4%, 내년 2.1%)과 비교하면 대폭 하향조정된 수치이자 잠재성장률 2%도 밑도는 수준이다.
불황으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내년, 내후년에도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물가 안정에서 성장 지원으로 바꿔야 된다는 목소리가 한은 내부에서도 강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따른 관세 정책도 한국 경제 회복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 상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대외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에 추가 관세가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미국의 관세정책이 구체화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인 관세정책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수출액이 53억~448억 달러(7조4,000억~62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 시장 안정보다 성장 지원으로 방향 선회했다는 해석도
다소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그간의 물가 안정에서 벗어나 내수 진작 및 수출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었던 주요 변수들이 대부분 해소된 데다, 환율 리스크마저도 강달러가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 압력을 최대한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늦춰봐야 무역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고, 강달러는 국내의 금리보다 트럼프의 정책에 좌우될 것이라는 해석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는 것도 내년 이후 한은의 금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수 부진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해외에 생산설비를 옮기고 있는 것도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 사항이다. 환율 리스크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계속 늦출 경우 한국 기업들의 시장 이탈이 더더욱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에 추가로 0.25%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고용 시장이 안정된 만큼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인 중립 금리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일 뿐, 중립 금리로 판단되는 2~3%대 수준까지 떨어지기 전에는 금리 인하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발표된 연준의 11월 의사록에는 "점진적 금리인하로 (중립 금리를) 찾아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