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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설' 휘말린 롯데그룹, 투자자 설명회 연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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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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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유통·화학 동시 부진
'심장'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구심점도 타개책도 안 보여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물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연기했다. 그룹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롯데에 더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투자자 설명회 연기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당초 26일 예정됐던 기업설명회를 28일 오후로 연기했다. 기관투자자들이 그룹 전반의 유동성 우려에 대한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려면 자금조달 방안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세부안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기업설명회 연기일인 28일에 그룹 임원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이 이번 인사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정을 미룬 것"이라며 "그룹 임원 인사 일정과 기업설명회는 별개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곳간 비고 눈덩이 이자 부담

롯데그룹은 6조원 가치의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제공하며 유동성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하는 모습이다. 이는 롯데그룹이 실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 △그룹이 위기설이 대두한 원인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최악의 상황에서 그룹이 '당장' 현금화할 자산이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위기 관리의 주도권을 쥐고 이를 타개할 구심점이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롯데의 유동성 위기설은 최근 계열사 부진에 이어 롯데케미칼의 기한이익상실 문제까지 겹치면서 확대일로다. 사채관리계약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EBITDA/Interest Expense)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이 수치는 4.3배로 하락했다.

한때 롯데케미칼은 연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효자 회사였으나 2020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자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로 변질됐고,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까지 덮쳐 원재료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설상가상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수요마저 위축됐다. 석유화학업계 수익성 지표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한참 밑도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시장 변화 적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으로 작용했다. 롯데케미칼은 경쟁사 대비 기초석유화학 비중이 더 높다. 지난해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의 60%에 달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했지만, 결과적으로 실기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 영업 적자를 냈고 2023년 3,477억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시장에서 전망하는 2024년 롯데케미칼 영업손실 규모는 4,730억원에 육박한다.

현금 곳간은 비어가지만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 인수, 롯데건설 자금 지원으로 차입금이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순차입금은 6조원 수준까지 급증했는데, 이 같은 부채 증가는 이자 부담으로 돌아왔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연간 이자비용으로 3,788억원을 냈고 올 상반기에만 2,094억원을 썼다. 단기간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력 '유통'도 지속 부진

그룹의 또 다른 축인 유통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백화점 사업이 선전 중인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편치 않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 출신 정준호 사장이 이끌고 있다. 2019년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GFR로 자리를 옮긴 뒤 2021년 11월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다만 정 사장이 만 3년간 일군 성과에 관해서는 시각이 나뉜다. 내수 침체 속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거시변수를 걷어내더라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쟁사(신세계 13개·현대 16개) 대비 두 배 많은 32개 점포를 가졌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일구지는 못했단 평가다.

편의점(코리아세븐), 이커머스(롯데온) 등 다른 유통 채널 성적표는 더 심각하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고, 이커머스 시장 제패를 노리고 야심 차게 출범한 롯데온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또다시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 2분기 호텔롯데는 영업손실 526억원을 기록했는데, 1분기(-27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매출 약 70%를 차지하는 면세점 부진이 뼈아프다. 롯데면세점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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