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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5월~’24년 7월 매출 5% 과징금
사안 중대하다면서도 매출 산정엔 ‘뒷짐’
공정위 법리해석 한계 논란 속속
‘경쟁사 콜 차단’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카모)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카모 분식회계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리는 과정에 최종 결정을 늦춘 공정위는 애초 잠정 과징금으로 724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매출 산정 기준 총액법→순액법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가맹 택시 사업자의 호출을 부당하게 차단했다는 혐의를 들어 카모에 1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잠정 부과했던 724억원에서 매출 산정 기준을 과거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 적용한 결과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모는 2021년 5월께 4개 경쟁사에 카카오T 일반호출을 계속 사용하려면 소속 기사와 택시 운행 정보를 제공하라는 내용의 제휴 계약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해당 사업자의 가맹 기사는 카카오T 일반호출을 사용하지 못하게 차단하겠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카카오T 앱 호출 서비스는 모든 기사가 이용할 수 있는 일반호출과 가맹 택시만 이용할 수 있는 가맹호출로 구분된다. 이 때문에 경쟁사 가맹 기사들도 일반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카모가 가맹호출 택시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배제하기 위해 이들의 일반호출 이용을 차단하며 압박에 나섰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이후 카모는 부당한 계약 체결 요구를 거절한 우티와 타다의 가맹 기사 일반호출을 차단했다. 우티 기사 아이디 1만1,561개와 차량번호 2,789개, 타다 기사 아이디 771개는 택시 기사와 승객으로부터 신고받는 방식으로 차단당했다. 이 기간 카모의 가맹호출 택시 시장 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공정위는 카모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관련 매출(2021년 5월~2024년 7월)의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10월 초 잠정 부과된 과징금은 724억원으로 역대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중 4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자, 국내 기업 중에선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대형 플랫폼이 지배력을 남용해 인접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자신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엄중히 제재한 사례”라고 말했다.
분식회계 인정 후에도 즉각 적용 안 해
이처럼 공정위가 애초 과징금을 턱없이 높은 수준으로 책정한 것은 카모의 매출액 산정을 금융당국의 판단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카모는 재무제표상 가맹택시로부터 받은 가맹수수료 약 19%와 가맹택시에 지급한 업무제휴 수수료 약 16.7%를 각각 영업수익과 영업비용으로 인식하는 ‘총액법’으로 회계 처리를 해 왔다.
하지만 금감원은 가맹수수료에서 업무제휴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인 약 2.3%만을 영업수익으로 인식하는 ‘순액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모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의 근간이 되는 매출액을 뻥튀기할 의도로 회계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카모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판단을 증권선물위원회에 넘겼다.
증선위는 카모의 분식회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고의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거듭된 회의 끝에 11월 증선위는 고의가 아닌 중과실로 결론을 내렸다. 회계분식이 인정된 상황에서 고의성만을 가지고 다투는 약 6개월 동안 공정위는 그저 묵묵히 기다렸던 셈이다. 카모 역시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었음은 물론이다.
자기 모순적 판단도 허다
공정위의 법리해석 오류와 관련한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법률 해석에서 오류를 범하는가 하면, 이전까지의 입장을 저버리고 자기모순적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2022년 1월 23개 국내·외 선사에 대한 962억원의 과징금 부과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선사가 운임을 담합했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공정위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이 1981년 해운기업에 경쟁제한 행위등록증을 발급한 전례가 있고, 1998년 카르텔을 일괄 정리할 때도 해운 공동행위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후 화주 단체가 피해 사실이 없음을 밝히고 해양수산부도 이에 동의했지만, 공정위는 기존의 입장을 꺾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영무 당시 한국해운협회 상근부사장은 “공정위가 해운 공동행위를 부당 행위라고 봤던 논리적 근거가 훼손됐고,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었음이 드러났음에도 당초 심사 보고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일부 절차상 흠결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공동행위를 허용한 해운법 본연의 취지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