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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의장 “인플레이션 예측 어려워” 반복된 경고 속 숨겨진 부양 시그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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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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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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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인하 지연 기조 정당화
대형은행 자본비율 5%→3.5% 승인
정치 중립·금리 유지·시장 안심 딜레마
6월 24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미 연방 하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사진=미 연방 하원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충격에 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예측이 어렵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그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그 이면에서는 대형은행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를 병행하는 등 시장 부양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는 그대로, 유동성은 완화’라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며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실질적 인플레이션에 경계 태세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전날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론상으로 관세는 일시적 가격 충격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물가 안정이라는 우리의 책임을 생각하면 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관세의 최종 수준과 그 영향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기준금리를 4.25~4.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주 공개된 경제전망에서는 연내 0.5%p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19명의 연준 위원 가운데 7명이 금리 인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중에서도 10명은 두 차례 이상 인하를 예상하는 등 내부의 시각차는 매우 큰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수개월 동안 줄곧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로는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수입 물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 소비자물가 전이 효과 등이 중첩될 경우, 연준의 통제력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늦어도 이번 여름부터는 본격적인 물가 반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24일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6월과 7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관세가 얼마나 가격에 전가되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명목 금리는 그대로, 실질적 부양은 이미 시작

이처럼 연준은 공식적으로는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금융 시스템 전반에는 점진적인 유동성 공급을 허용하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금융기관의 보충 차입 비율 완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5일 연준과 통화감독청, 연방예금보험공사는 강화된 보충 차입 비율 완화 제안을 공식 승인했다. 해당 비율은 은행의 기본 자본을 차입 노출 대비 비율로 측정하는 지표로, 은행이 잠재 손실에 대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조치로 미국 내 은행 지주회사의 강화된 보충 차입 비율 기준이 현행 5%에서 3.5%~4.25%로 낮아지고, 예금기관 기준도 6%에서 3.5%~4.25%로 하향 조정된다. 이는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현재보다 적은 자본을 재무제표에 보유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시스템 보호를 위해 시행된 규제 가운데 일부를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과도 유사한 효과를 낳는다.

연준의 이 같은 행보는 현재의 금리 수준을 고수하면서도 실질적인 통화 완화를 유도하려는 ‘정책 이중 트랙’으로 해석된다. 자본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은 보유 자산 대비 더 많은 대출을 집행할 수 있고, 이는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유동성 확대 효과를 낳는다. 연준이 겉으론 “아직 금리를 내릴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동안 그 이면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경기 둔화 뚜렷, 침체 회피에 무게

시장은 연준이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지목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SEP)에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3월 1.7%에서 1.4%로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2.1%에서 2차례 연속 하향 조정된 결과다. 또 연말 실업률 예측치는 3월 4.4%에서 4.5%로 높여 잡았고,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기존 2.7%에서 3.0%로 상향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징후로 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반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고 짚으며 “그러나 물가와 실업률이 모두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책 결정자에게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연준이 현재의 기준금리를 지키되, 시장에는 ‘부양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메시지만 반복한다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월 의장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경제가 탄탄하고 노동 시장이 강한 데다 인플레이션도 하락세”라며 “정책 조정을 검토하기에 앞서 경제의 향후 전개 과정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당장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지만, 경기는 살려야 한다는 딜레마에 대한 타협의 산물로 정의할 수 있다. 금리라는 강력한 무기를 당장 쓸 수 없다면, 나머지 정책 수단들을 총동원해 경로를 우회할 정도로 지금의 연준은 명시적 금리 결정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있단 평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경기 연착륙이 아닌 침체 회피에 더 무게를 둔 통화정책 기조가 깔려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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