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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전력 수요 급증하는데, ‘원전 르네상스’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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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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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옛말, 이젠 복원전
에너지 수급 불안·AI 열풍에 전력수요 급증
각축전 치열한데, 韓 ‘원전 세일즈’ 안갯속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부의 역점 사업이던 원자력발전소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원전 산업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호황을 맞고 있지만, 최고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외교 공백으로 인해 과실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체코 원전 본계약 앞두고 '우려'

18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Dukovany) 신규 원전 2기의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 ‘팀코리아(Team Korea)’는 지난 7월 체코 정부가 발주한 두코바니 원전 2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총 24조원 규모로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로 윤 정부가 내세운 주요 성과 중 하나였다. 팀코리아는 이 사업을 수주하면서 향후 추가 발주될 예정인 체코 테멜린(Temelin) 지역의 원전 2기 사업에서도 우선협상권을 갖는 옵션도 취득했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이미 우협으로 선정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원전 수출 계약에서 국가 정상이 앞장서 ‘세일즈맨’으로 뛰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테멜린 신규 원전 2기를 포함한 앞으로의 사업은 추진 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취임 이후 원전 사업 육성을 주요 과제로 꼽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국내에서는 2016년 새울 3, 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이후 8년여간 신규 원전의 착공이 멈춘 상황이었는데, 윤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9월 경북 울진의 신한울 3, 4호기가 새로 건설 허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Petr Pavel) 체코 대통령과 만나 원전 수주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체코에 신규 원전이 들어설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국제 역량 확대 디딤돌 사라질 수도

우리나라에 있어 체코 원전 사업은 2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유럽이 요구하는 원전의 안전성·기술성·경제성을 만족하면서 원전 4기를 준비 중인 네덜란드, 10기를 계획한 스웨덴, 추가 원전을 추진하는 체코 주변국들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얻었다. 이는 경제적 효과에 더해 건설 10년, 운영 60년에 연장 운전과 해체까지 100년에 이르는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 수출과 외교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글로벌 역량 확대의 큰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동력을 잃게 될 경우 후발주자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그간 힘겹게 쌓아 온 ‘온 타임 위드인 버짓(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이라는 브랜드마저 훼손될 공산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세계에는 440개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60개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발전 용량만 보면 전 세계 전력 중 396GW(기가와트)가 원전에서 생산되는데, 앞으로 229GW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 불안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AI 발달로 인한 데이터센터 증가 등 전력 소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AI는 대량의 데이터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도 기존 대비 폭증하게 된다. 일례로 구글에서 일반적인 검색을 할 때는 평균 0.3Wh(와트시) 전력이 필요하지만, 챗GPT에 같은 내용을 물어볼 땐 10배가량 많은 2.9Wh의 전력이 소모된다.

원전 생태계 장악한 러시아, 추격 나선 미국

‘탈원전’을 외치던 세계 각국이 다시 ‘복원전’으로 회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무려 104기의 신규 원전을 통해 원전 발전 용량을 400GW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으며, 폴란드는 2040년까지 45기의 원전을 추가할 것을 발표했다. 인도 31기, 미국 30기, 러시아 27기, 튀르키예 12기, 영국 10기, 루마니아·캐나다 8기, 프랑스·이란·인도네시아 7기 등 각국 정부는 앞다퉈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단 6곳뿐이다. 세계 최고의 원전 수출국은 러시아로, 현재까지 38개의 원전을 해외에서 건설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수출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에 현재까지 21개의 원전을 건설한 바 있다.

이어 체코 원전 사업을 두고 한국과 경쟁한 프랑스가 3위다. 프랑스는 이번 체코 입찰에서 맞붙은 프랑스전력공사(EDF)뿐 아니라 세계적인 원전 기업 아레바(Areva)도 보유한 원전 강국이다. 프랑스는 현재 프로젝트 단계상 진행 중인 사례까지 포함하면 대략 20개 정도의 원전 건설 수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12개의 원전을 수출한 미국이다. 한국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도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의 기술 전수로 시작됐다. 이후 한수원은 독자적인 한국형 노형인 APR1400의 개발에 성공해 신고리 3·4호기 및 UAE 바라카 원전을 건설했다.

캐나다도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는 캐나다형 중수로 CANDU 원자로를 통해 9개의 원전을 해외에 수출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중수로 원전인 월성 원전에도 CANDU 원자로가 활용됐다. 마지막은 한국이다. 이렇듯 원전에 대한 역사와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들 사이에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1·2·3·4호기를 건설하게 되며 우리나라도 여섯 번째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원전 사업은 그 어떤 사업보다도 국가 간 신뢰가 중요하다. 국내 정치 불안정이 앞으로의 원전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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