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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모집 목표, 수요예측 결과 따라 최대 2조 발행 지난해 2.7조원 규모 외화채 발행 및 유증 연기도 R&D 1조 이상 투자, 4분기 컨세서스는 손실 2,500억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2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단일 발행으로는 최대 금액을 기록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 2조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다면, 앞서 세운 기록을 다시 경신하게 된다.
LG엔솔, 내달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월 6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2년물, 3년물, 5년물, 7년물, 10년물 구성으로 총 8,000억~1조원 모집을 목표로 하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규모로 발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은 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 5개사가 맡기로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오늘 증시가 개장한 만큼 여러 상황을 살펴보고, 앞서 수요예측하는 기업들의 흥행 여부도 지켜본 다음 금액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증 납입도 2년 연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첫 회사채 발행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 추진은 지난해 6월 외화채권 발행 이후 반년 만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3년 만기 7억 달러 일반 외화채 △5년 만기 8억 달러 △10년 만기 5억 달러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미국 3년, 5년, 10년 국채금리 대비 각각 +100bp, +110bp, +135bp로, 이는 최초제시금리(Initial Price Guidance) 대비 각 30bp씩 낮아진 수준이다. 최초제시금리는 투자자들의 투자 주문 접수 개시와 함께 발행사가 공표하는 예상 발행 스프레드다.
최근에는 미국 생산법인 유상증자 납입일을 2년 뒤로 연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자회사 미시간 생산법인에 대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최종 납입일을 2026년 말로 연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21년 11월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법인이 진행하는 유증에 참여해 6억8,100만 달러(약 9,980억원)를 출자, 북미 시장 내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지법인 차입 조달 금액을 포함해 총 1조5,76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까지 분할해 출자금을 납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최종 납입일을 2년 미룬 것이다. 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투자 계획 조정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수요 정체로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서자 LG에너지솔루션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 적자전환 전망, 분사 이후 최악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한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은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2020년 말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R&D 투자액으로 7,953억원을 집행했다. 4분기까지 포함하면 올해 연간 기준 R&D 투자액이 1조1,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 R&D 투자액(1조374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전기차 캐즘 상황을 맞아 투자 효율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핵심으로 하는 '리밸런싱(사업 재조정)'에 매진했지만 '기술 리더십'을 지속하고자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확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최근 NH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6,990억원, 영업손실 2,58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통해 매출 7조390억원, 영업손실 1,540억원으로 예상했다. 당시에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는데, 1달여 만에 추가 하향 조정을 한 것이다.
이번 영업손실 전망치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3,110억원이 반영됐다. 즉 보조금 효과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사업으로 인한 적자 규모가 5,700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으로부터 독립 첫해인 2021년부터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이후에도 실적이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한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이 1분기 1,573억원, 2분기 1,953억원, 3분기 4,483억원을 냈다. 실질적인 수익성은 적자지만 보조금으로 버틴 결과다. 그러나 이번에 보조금을 포함해도 적자로 돌아선다면 독립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맞는 위기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