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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묶인 가계대출에 은행권 초점 기업대출로, 부실채권 관리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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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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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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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 담당자 확대·특화 서비스 개발
기업대출 비중 50%→60% 확대 계획
재무 건전성 빨간 불, 부작용 속속

국내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기업금융 강화에 속도를 높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을 위한 돌파구가 절실한 탓이다. 다만 기업대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는 과정에서 일부 중소기업의 부실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어 은행권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익 보전 차선책으로 주목받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10일 정기 인사를 통해 기업금융(SME) 지점장을 확대 배치했다. 기업금융 성과와 마케팅, 고객 관리를 총괄하는 SME 지점장은 지난해까지 단 1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인사로 15명이 됐다. 이들 SME 지점장은 국가주도 산업단지에 소재한 지점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간 KB국민은행은 최근 기업금융에서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기업금융 강화를 통해 선도은행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KB국민은행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도 개별 특성을 고려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신한은행도 기업금융 성장에 역량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는 본점 영업추진 1그룹의 전략영업부가 영업점 기업대출 거래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 기존에는 100억원 이상 기업대출 신규 취급 시에만 지원하던 것을 3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영업점의 기업대출 현장에 전략영업부 직원들이 파견돼 업무를 지원하는 식이다. 아울러 올해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 고객 관련 내용을 대거 포함하면서 영업점의 기업금융 의욕을 높인다는 목표 또한 제시했다.

하나은행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소호사업부’를 신설해 소상공인 특화 대출에 나선 데 이어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업 하이챗봇’을 오픈했다. 또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중소·중견 수출기업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2차 수출 패키지 우대 금융’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역시 취임 후 핵심 기업체를 연이어 방문하는 등 기업금융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수출입기업을 대상으로 총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 수출입기업에 ‘경영안정 특별지원’으로 회사당 최대 5억원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NH농협은행은 기업 관계자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기업대출을 상담·신청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거래 이력이 없는 기업고객도 별도의 계좌 개설이나 회원가입 없이 간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일제히 기업금융 강화에 주력하는 데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해 연간 기준이 아닌 월별·분기별로 모니터링을 진행할 방침이다. 은행으로서는 여신 수익 보전을 위해 줄어든 가계대출 규모만큼 기업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약 817조원으로 전체 여신 중 50%를 소폭 상회한다. 각 은행은 장기적으로 기업금융 비중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부실 리스크엔 경고등

문제는 기업대출 강화 과정에서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은 3조6,3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7,081억원) 대비 34.2%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이 1조1,430억원에서 1조3,515억원으로 18.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부실채권을 말한다.

기업대출 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채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은 3조1,537억원으로 1년 전(2조2,475억원)과 비교해 40.3% 급증했다.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증가하면서 중소기업의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2023년 상반기 0.35%에서 2024년 상반기 0.46%로 0.11%p 확대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부실채권 규모와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작년 상반기 KB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은 1조825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 5,384억원에서 2배 이상 불어났다. 이어 NH농협은행(4,764억원→7,014억원), 우리은행(3,230억원→4,803억원), 하나은행(3,388억원→3,828억원) 등 순을 보였다. 1년 사이 중소기업 부실채권 규모가 축소된 곳은 신한은행(5,709억원→5,066억원)이 유일했다.

‘깡통 대출’ 1년 사이 19.6% 늘었다

대출을 내어주고 원리금은커녕 이자도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 이른바 ‘깡통 대출’도 크게 틀었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 수입이 없는 대출을 의미한다. 5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2,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총여신은 7.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중 72%에 해당하는 3조597억원은 기업대출로 드러났다. 특히 NH농협은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9월 말 기준 NH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 1조1,005억원 중 기업 대출은 8,4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3%(3,602억원) 급증했다. 수익성을 위해 돌파구로 삼은 기업대출이 도리어 은행의 곳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환율 급등으로 기업의 상환능력 개선 또한 요원하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의 환차손이 커져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이는 상환 능력의 축소를 의미한다.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볼 것으로 보이는 수출기업 또한 대부분 원자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매출 증대 효과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인 경우가 빈번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를 때마다 국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29%p 하락한다. 중소기업의 경우엔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벤처연구원에 의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이 1% 오를 때 손해가 0.36% 증가한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오랜 시간 고금리가 이어져 온 데다, 내수 부진 등으로 부실이 많이 발생했다”며 “최근에는 정치적 불안에 이어 환율까지 치솟아 당분간 기업 대출의 질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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