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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경쟁 시장’으로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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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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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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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독과점적 지위가 임금 불평등 ‘주요 원인’
경쟁적 노동 시장 육성해야 임금 격차 해소
산업 구조 변화 및 노동자 지위 향상 필요한 ‘어려운 과제’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임금 불평등은 아직도 전 세계 경제 및 정치 담론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물론 기술 및 직업, 성별 차이가 소득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고용주인 기업들이 임금 불평등에서 차지하는 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회사들이 노동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 불평등 효과는 극대화된다. 따라서 임금 격차의 상당 부분은 경쟁적 노동 시장 육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사진=CEPR

기업들 독과점적 지위가 임금 격차 극대화

전통적 경제 이론도 회사들이 시장 지위를 활용해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수요자 위주의 노동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 시장에서 기대되는 수준 이하로 임금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경제 성장과 함께 노동 시장 유연화를 이뤄낸 리투아니아의 사례가 시장 경쟁과 임금 불균형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EU 가입 이후 20여 년간 리투아니아는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소득 격차는 줄이는 등 노동 시장의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해당 기간 일평균 임금 로그값 분산이 20% 로그 포인트(log points) 줄어들었다. 전반적 임금 격차가 어림잡아 20% 감소했다는 얘기다.

리투아니아 임금 소득 추이
주: 평균 임금 추이(좌측), 기간(연도)(X축), 평균 임금(녹색, 좌측 Y축, 2000년=1 기준), 노동 소득 분배율(주황, 우측 Y축, GDP 대비 인건비 비중) / 불공평 정도(우측), 기간(분기)(X축), 일평균 임금 로그값(Y축), 분산(적색), 상-하위 소득 격차(녹색), 상-중위 소득 격차(주황), 중-하위 소득 격차(청색)/출처=CEPR

경제 발전 및 경쟁 체제 도입이 기업들 ‘노동 시장 영향력’ 축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리투아니아 내 임금 격차의 38%는 기업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는 당시 멕시코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2015~2020년 기간 해당 수치는 20% 정도로 낮아져 독일, 브라질에 근접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인력 확보 경쟁이 본격 도입되며 노동 시장에서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가 줄어든 결과다.

임금 격차 영향 요인 비교
주: 리투아니아(2000~2005년),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독일, 리투아니아(2015~2020년), 브라질, 미국, 프랑스(좌측부터), 임금 영향 비중(Y축), 노동자(녹색), 기업(주황), 노동자들 간 차이(청색), 기타(적색)/출처=CEPR

또한 미국, 프랑스와 같은 고소득 국가들의 경우 기업이 임금 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경제가 발전하고 노동 시장이 진화할수록 임금 불평등과 관련한 회사들의 장악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적 노동 시장, 임금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고용주들의 노동 시장 영향력은 얼마나 줄어든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노동 공급 탄력성(labour supply elasticity, 임금 수준에 따른 노동 공급량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00~2020년 기간 리투아니아의 노동 공급 탄력성은 25% 증가했다. 기업들이 인재 채용을 위해 더 나은 임금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일방적인 임금 책정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한편 경쟁적 노동 시장으로의 변화는 임금 수준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임금 불균등 해소에도 기여한다. 기업 간 채용 경쟁이 심화한 산업일수록 임금 격차가 줄어들었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EU 가입 이후 20년간 노동 시장 경쟁화가 임금 격차 해소에 기여한 비중은 대략 17%로 추정된다.

시장 내 노동자 지위 향상이 임금 불균형 ‘근본적 해결책’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지는 점은 2004년 리투아니아의 EU 가입이 어떻게 노동 시장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가입 이후 상당수의 리투아니아 노동자가 EU 회원국을 포함한 해외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났고 이는 국내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2020년 해외에서 일하는 리투아니아 노동자들이 전체 인구의 15%를 넘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국내에 남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가 주어졌고 기업들은 개선된 임금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추정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노동 공급 탄력성 증가를 보인 산업들과 EU 회원국들에서 제일 큰 노동 수요 증가를 기록한 분야들이 일치한다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다수의 노동자가 경쟁을 벌이던 시장이 EU 가입을 기점으로 보다 유연화하고 고용주들의 협상력이 위축됐다는 사실은 수요 독점 모델(monopsony model, 단일 수요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장 구조 모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결국 시장 내 노동자 지위의 향상 및 안정화가 임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 복지를 실현하는데 필수 요소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원문의 저자는 호세 가르시아-루자오(Jose Garcia-Louzao) 리투아니아 은행(Bank Of Lithuania) 연구 책임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ompetition among firms in the labour market and the dynamics of wage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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