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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난항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도 미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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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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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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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액 1,000억 제시했지만 720억에 그쳐
자산건전성 악화·고비용 구조 등 약점
무저해지 규제로 CSM 감소도 '악재'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권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에선 투자자들이 롯데손보의 매각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후순위 회사채 수요예측서 주문 미달

5일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전날 1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총 1,000억원을 모집하는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720억원의 물량이 들어오는 등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전날 오후 추가 청약을 통해 물량을 모두 채웠으나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시점을 연기하기로 대표 주관사와 협의 하에 철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철회로 롯데손보의 자본건전성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발행하려고 한 이유는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K-ICS)은 128.72%로 전년 말과 비교해 약 46%포인트 급락했다. 시중금리가 하락해 보험부채가 크게 불어난 탓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자본으로 인정해 주는 후순위채를 찍기로 한 것이다.

낮은 금리 메리트에 투자자 외면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발행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낮은 금리 매력도가 꼽힌다. 롯데손보는 신용등급이 A-인 이번 후순위채의 공모희망금리를 연 5.5~5.9%로 제시했다. 그러나 채권평가사인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이번 후순위채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A-급 10년물 회사채는 약 5.9%, 금융채는 약 6.4%였다. 물론 이번 후순위채는 콜옵션이 붙어 있어 큰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5년 후에 원금이 상환이 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후순위채가 일반 채권 대비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위험이 있는 만큼 롯데손보가 제시한 희망금리범위는 매력이 크지 않단 평가다.

일각에선 근본적으로 롯데손보의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목표금액 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2,120억원의 물량이 들어온 것이다. 당시 우리금융지주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매각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이 반영됐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본입찰에서 우리금융과 협상을 했지만 결국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대신 지난해 9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1조5,493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같은 절차를 없애고 누구든 적당한 가격만 제시하면 바로 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 서울 사옥 전경/사진=롯데손해보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이례적 고금리'

매각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롯데손보는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을 진행했으나 선순위 금리가 7%로,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 인수금융 금리가 최근 5%대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주요 원인으로 매각 불확실성과 시간적 제약을 꼽는다. 인수금융 만기 3개월 전까지 롯데손보 매각이 진행됐고, JKL 측에서도 매각 성사를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매각이 불발되면서 리파이낸싱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문제다. 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자본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한다. 특히 롯데손보처럼 조단위로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중형급 보험사를 인수하면 CET1은 크게 떨어진다.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는 점도 악재로 지목된다. 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치를 낙관적으로 정한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롯데손보는 무저해지 보험을 많이 판매했다. 또 무해지보험에 대한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설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보험사가 거둬들일 보험영업이익을 추산할 수 있는 CSM이 감소한다면 그만큼 롯데손보의 인수 매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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