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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자신감 드러내 CPI·실질임금 등 핵심 지표 뚜렷한 상승세 이시바 日 총리 "아직 디플레이션 탈출은 하지 못했다"
일본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최근 일본의 물가 지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미루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자신하는 BOJ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경제가 현재 디플레이션 상태냐는 질문에 "작년에도 말했던 대로, 현재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인식에 변함은 없다"고 답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이미 탈출했다는 시각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BOJ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OJ의 최신 경기 전망 보고서인 '경제·물가 정세 전망(전망 리포트)'에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2026년도 내로 2%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현재 일본 정부와 BOJ는 '지속적인 임금 상승을 동반한 2% 물가 상승'을 물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BOJ는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하며 물가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BOJ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이며, 작년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세 번째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연 0.5% 수준까지 상승한 것은 2007년 2월~2008년 10월 이후 17년 만이다.
물가 지표 '상승곡선'
BOJ가 이처럼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최근 일본의 주요 물가 지표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2024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6(신선식품 제외 종합지수)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일본의 CPI 상승률이 3%대 수준을 보인 것은 2023년 8월 3.1%를 기록한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종합지수는 110.7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품목별 상승폭은 신선식품(17.3%)이 가장 컸으며, 전기 및 수도 역시 11.4%의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의 전기·가스비 보조가 종료되면서 전기요금이 18.7%, 가스요금이 7.8% 상승한 결과다. 신선식품 이외의 식품류 가격도 4.4% 상승했다.
실질임금 역시 상승세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0.6%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에 해당하는 1인당 급여 총액(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은 전년보다 4.8% 오르며 1997년 1월 이후 거의 28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30인 이상 사업장 기준 1인당 급여 총액의 상승폭은 이보다 0.3%p 높은 5.1%에 달했다.
"다시 디플레이션 나타날 수도" 日 정부는 '신중'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탈출'을 확언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예산위원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아니지만, (디플레이션) 탈출은 하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가 아직 완벽하게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엔저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물가 착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일본 정부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된 엔저로 인해 수입 물가가 뛰어 발생한 '착시 현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정상화되면 수입 물가가 원상복구되며 인플레이션이 사라지고, 지난 30년간 일본을 옥죄던 디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