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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인구통계학 기반’ 예측, 번번이 빗나가 정당들, 유권자 변화에 맞춰 강령 변경 등 ‘전략적 대응’ 고객 놓고 다투는 ‘완전 경쟁 시장’과 동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미국 유권자들의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공화당, 또는 민주당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예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도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심지어 1952~2020년 기간 있었던 선거 분석 결과는 전문가 분석이 ‘어림짐작’보다 못할 때도 많았음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의 변화에 맞춘 정당들의 전략적 대응이 늘 선거에서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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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적 선거 예측, ‘동전 던지기’보다 부정확
1969년 작가 케빈 필립스(Kevin Phillips)는 저서 ‘새로운 공화당 주류’(The Emerging Republican Majority)에서 교외 지역의 성장과 직업 전문화가 공화당 우위 정국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2년에는 언론인 존 주디스(John Judis)와 정치학자 루이 테이세이라(Ruy Teixeira)가 ‘새로운 민주당 주류’(The Emerging Democratic Majority)에서 라틴계 인구 증가와 여성을 비롯한 좌파 성향의 영향력 강화로 인한 민주당 우위를 선언했다. 하지만 두 가지 예상 모두 틀렸고 어느 당도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연령과 인종, 소득, 교육, 거주지 등의 인구학적 요소들은 확실히 투표 성향을 좌우한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밝혀졌듯이 인구학적 예상은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항상 실패해 왔다. 1952~2020년 기간 미국 선거 연구(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y, ANES) 자료 분석에 따르면 완벽하다고 판단한 인구학적 모델도 동전 던지기보다 못한 예측 결과를 보였다. 단순히 50대 50을 가정한 것보다 정확도가 22%나 낮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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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0대 50 가정’과의 차이(Y축), 예측 선거 수(X축)/출처=CEPR
노동 참여율이나 종교 등의 변수를 추가하고 회기 트리(regression tree, 연속적인 수치를 예측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 같은 진화된 예측 모델을 사용해도 예측력은 개선되지 않았다. 지역구까지 분석을 세분화해도 결과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인구학적 추이만 가지고는 선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는 결과다.
원인은 정당의 ‘유권자 변화’에 대한 대응
원인은 정당의 행동에 있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정당들은 인구학적 추세에 대응해 그들의 강령을 바꿈으로써 추세를 통한 예측을 쓸모없게 만든다. 50년대에 나온, 민주주의를 ‘완전 경쟁 시장’(perfectly competitive marketplace)으로 보는 관점이나 ‘선거 경쟁 모델’(electoral competition model) 등은 모두 유권자들의 표를 놓고 경쟁하는 정당들이 유권자 구성에 맞춰 정책을 바꾼다고 상정했었다.
그런데 ‘미국 선거 연구’ 자료나 매니페스토 프로젝트(Manifesto Project, 1945년 이후 50개국 이상의 정당 선거 프로그램에 대한 정량적 분석)상의 정당 강령들이 이를 증명한다. 1952~2020년 기간 공화당과 민주당의 강령은 상당한 변화를 보였는데 공화당은 지속적으로 우파 성향을 더해 왔다. 민주당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 세 번의 선거에서는 다시 왼쪽으로 경로를 변경했다. 모두가 유권자 및 선거 양상의 변화에 전략적으로 적응한 결과이며 공화당이 민주당에 비해 많은 면에서 더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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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좌파 및 우파 성향(X축), 연도(Y축), 민주당(청색), 공화당(적색), *좌측으로 갈수록 좌파 성향, 우측으로 갈수록 우파 성향을 나타냄/출처=CEPR
미국 선거는 ‘완전 경쟁 시장’
미국 선거에서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 다투는 것은 기업들이 고객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시장과 비슷하다. 인구학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유권자들의 사회적, 정치적 정체성은 상당한 일관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불변은 아니다. 그리고 정당들이 인구학적 변화에 맞춰 대응했을 때 정당 선호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면 민주당은 교외 지역에서 기반을 잃은 후 메시지를 수정함으로써 교외 지역 주민들의 정치 성향에 변화를 가져왔다.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Mitt Romney) 후보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에게 패배한 후 공화당이 라틴계 유권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도 비슷한 사례인데, 이 전략은 이후 선거에서 공화당에 큰 도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11월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라틴계 유권자들을 되찾아 올 방법을 고민할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미국 정치가 지속해서 균형을 유지하는 원인이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되는 양극화에도 어떻게 유권자들이 그렇게 반으로 나뉘고 선거 때마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겠는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정치의 최대 미스터리’라고 부른 이 현상은 미국 정치 시장의 ‘균형 성향’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
정확한 선거 예측은 인구학적 추세와 이에 대한 정당의 대응은 물론 광범위한 사회정치적 요소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응 수위를 높일수록 예측은 어려워진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어느 한쪽의 대세론이 빗나가고 민주주의 선거 경쟁의 불확실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리처드 칼보(Richard Calvo)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박사과정생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hy the 2024 US election, and so many others, were so hard to predic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