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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국가들, 남중국해 중국 도발에 ‘효과적 반격’ 자원 개발 지속하며 지역 방어 강화 중국 전략 변화 ‘예의 주시’ 필요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24년은 동남아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거세지는 도발에 효과적인 반격을 가한 한 해였다. 고조되는 갈등과 군사력 배치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반면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자원 개발과 방어력 강화는 물론, 국제 협력 시도도 막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중국의 전략적 패배로 보인다.

작년 남중국해 대치, 동남아 국가들 ‘판정승’
중국은 작년 내내 남중국해에서 공세적 입장을 취했는데 이는 2022년 이후 한결같은 모습이다. 중국 해안경비대가 동남아 국가들의 배타적 경제 수역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그레이 존 전술(grey zone tactics, 전면적인 전쟁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통제권을 주장하기 위한 위압적 행동)의 빈도도 늘렸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진전을 이룬 반면 중국 정부의 전략 목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필리핀, 중국 압박 이겨내고 ‘전술적 목표 달성’
작년에 긴장감이 가장 고조된 지역은 필리핀이 군함 ‘BRP 시에라 마드레’(BRP Sierra Madre)를 정박해 군사 기지로 사용하고 있는 ‘제2 토마스 숄’(Second Thomas Shoal)이다. 이곳은 2016년 상설 중재 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가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 수역이라고 판결했음에도 중국이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의 군함 수리를 위한 재보급을 막기 위해 해안경비대와 민병대까지 동원해 2023년과 작년 초에 걸쳐 수차례 봉쇄 작전을 벌인 바 있다.
갈등이 고조되며 중국군은 공격적으로 변해 필리핀 선박을 파손하고 선원에게 부상을 입히기에 이르렀다. 결국 작년 1월 중국군이 필리핀 군함을 들이받고 올라타면서 격렬한 대치 끝에 필리핀 선원이 손가락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치명적일 뻔했던 대치로 중국 정부는 미국의 군사 개입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 필리핀 간 상호 방위 조약이 체결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작년 중반 필리핀은 파손된 군함을 수리하면서 전술적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중국이 긴장 완화 조치에 서명한 것이다. 필리핀은 해당 수역에서의 재보급 활동을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대신 중국은 봉쇄를 풀게 됐다. 하지만 스카버러 숄(Scarborough Shoal)과 사비나 숄(Sabina Shoal) 등 다른 지역에서의 대치는 지속되고 있다.
원유 및 가스 채굴 진행하며 영토도 확장
필리핀이 중국과 전면적인 대치를 벌이는 사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함께 저항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원유 및 가스 채굴 활동을 방해하려는 중국 해안경비대와 맞닥뜨렸다. 작년 9월 유출된 외교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말레이시아에 루코니아 숄스(Luconia Shoals) 탐사 활동을 중지할 것을 종용했지만 말레이시아는 사라왁(Sarawak) 해안에 15개의 유전을 굴착하는 등 대규모 탐사를 지속했다.
인도네시아도 중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나투나 D-알파(Natuna D-Alpha) 가스전에서 탐사를 완료했다. 당시 중국과 인도네시아 군함이 3주 동안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사이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제도(Spratly Islands)에서 영토 확장에 성공했다. 바크 캐나다 리프(Barque Canada Reef)의 상당 부분을 매립해 제도에서 4번째로 큰 군사기지를 만든 것이다. 작년 중반까지 베트남은 중국이 스프래틀리 제도에 점유한 육지 면적의 2/3 이상을 만들어 냈고, 내년까지 동등한 면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이 해당 지역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모습도 위성을 통해 관측됐다.
중국 전략 변화 없으면 ‘소득은 더욱 줄어들 것’
작년 한 해 남중국해 대치는 중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강력한 압박에도 중국 정부는 핵심 지역에서 가스 및 원유 시추 작업을 막지 못했고 베트남의 군사기지 확장도 마찬가지였다. 나아가 필리핀은 중국의 압력에 맞서 중국의 팽창주의에 반대하는 국가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필리핀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방어력을 현대화하는 한편, 27개국 및 유럽연합으로부터 중국이 2016년 중재 재판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또한 일본과의 상호 접근 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을 체결하고 한국, 호주,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베트남 등과의 국방 협력도 강화했다. 중국으로서는 추가적인 점유지 확보도, 채굴 작업 중지도, 타국과의 연합도 막지 못한 채 군사 대치 가능성을 높이고 관계만 악화시킨 셈이니 상당한 지정학적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작년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실질적 소득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 어떤 전략적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상대국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난만 키운 작년의 결과를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원문의 저자는 그레고리 폴링(Gregory Poling)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수석 연구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Beijing treads water in the South China Se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