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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가족 돌봄 떠맡은 일본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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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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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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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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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돌봄 책임’ 맡은 미성년자 급증
‘가족 중심주의’에 ‘인구 노화’ 겹쳐
가족 돌봄 당연시하는 사회 인식도 문제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미성년 보호자’(young carers)는 일본에서 18세 이하 청소년 중 집에서 어른을 돌보는 책임을 맡고 있는 아이들을 일컫는다. 최근 이들이 급증한 원인은 일본의 가부장적 가족 질서와 인구 노화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가족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수적이고 아이들 자신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도움 줄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일본, ‘미성년 보호자’ 급증

일본에서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가족 제도의 영향이 남아 가족 구성원을 스스로 돌보는 일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미성년 보호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전통과 관련이 깊은데 법적 정의는 없지만 18세 이하 청소년 중 가사 노동과 가족에 대한 간호, 정서적 지원까지 담당하는 아이들을 가리킨다. ‘아동·청소년 발달 및 지원 증진에 관한 법률’(Act on the Promotion of Development and Support for Children and Young People)에 따르면 중앙 및 지방 정부는 가족 돌봄으로 인한 현저한 부담을 떠맡은 아이들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

일본의 ‘미성년 보호자’ 증가 문제는 인구 노화와 출산율 감소가 결합한 결과다. 돌봄 대상은 늘어나는데 높은 이혼율과 한 부모 가정, 핵가족화, 여성 노동 참여율 증가 등이 겹쳐 가족 내 돌봄 여력은 줄어든 것이다. 결혼 및 출산 연령의 상승도 많은 청소년들이 돌봄 책임을 맡게 된 주요 원인이다. 일본의 첫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가 75세가 되는 올해가 일본의 ‘돌봄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족 중심주의’와 ‘인구 노화’ 결합한 결과

가족 돌봄은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정부 지원 시스템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게 발전해 있다. 영국이 1980년대 후반부터 가장 먼저 ‘미성년 보호자’들을 위한 전국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했고, 호주도 임시 간호, 상담, 위탁, 장학금 등을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뒤를 따랐다.

물론 ‘미성년 보호자’ 문제가 일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가족 중심주의는 국민들의 가치관과 복지 체제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성년 보호’라는 단어는 흔하지 않지만 농촌 지역에 남아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은 흔히 볼 수 있다. 부모가 도시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후 집에 남아 돌봄과 가사를 책임지는 18세 이하 아이들이 6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들의 상황은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2022~2024년을 ‘집중 인식 제고 기간’(focused awareness-raising period)으로 정해 캠페인과 교육 행사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작년 6월에는 ‘아동 청소년 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돼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지원 의무도 더했다. 아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예산 및 ‘당사자 인식’도 걸림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책 방안의 실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미성년 보호자’ 대상 실태 조사와 교육을 위해 지방 정부에 할당된 국가 예산은 208억 엔(약 2,11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가족을 1차 돌봄 기관으로 여기는 보수적인 국회가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원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당사자들이 그들 가정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여기는 등 객관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족 문제의 노출을 꺼려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본 아동가족청(Children and Families Agency)의 2022년 설문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6.5%, 중학교 2학년의 5.7%, 고등학교 1학년의 4.1%, 대학교 3학년의 10.2%가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점은 하루에 7시간 이상을 돌봄에 써야 하는 아이들 중 36%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다. 돌봄 자체가 일상화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적 지원 시스템과 인식 개선 ‘함께 가야’

따라서 지방 정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인식 제고 노력을 통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도움을 청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더불어 주위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도 필수적이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대상자 중 30%만이 ‘미성년 보호자’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답했고 22%는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모른다’, 48%는 ‘알지 못한다’고 답한 바 있다.

지원 시스템이 전문가 및 상담 창구와 연계해 아이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원 서비스와 연결해 주는지 평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2023년 기준으로 21%의 지자체만이 ‘미성년 보호자’에 대한 현황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나마 대부분이 효과적으로 설계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 6%만이 상담과 직통 전화 등의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을 뿐이다.

해당 이슈는 아이들의 직업 선택과 교육은 물론 시민으로서의 권리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정 속에 자라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야스오 타카오(Yasuo Takao)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silent struggle of Japan’s ‘young carer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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