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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내 관세 협상” 자신한 트럼프, 동맹국 ‘패키지 딜’ 지렛대 활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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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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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매우 높음’, 포괄적 합의 어려워
동맹국엔 관세·방위비 연계 전략 공식화
미국 급박한 일정, 협상력 약화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적용 시점을 90일 뒤로 늦추며 상대국들과 개별 관세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 사이에서 이 같은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이 심각한 미국 행정부로선 국가별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난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미국의 협상력 약화가 예상되는 만큼 각국은 협상 지연, 논의 대상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 대응 여력 현저히 낮아”

14일 외교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90일 관세 협상’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통상 양국 간 무역 협상의 경우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 관례인데, 수십 개국과 이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게 외교통상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특히 이번 협상의 경우 단순히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방위비 분담, 에너지 협력 등 각국의 민감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협상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출신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무역과 관련한 대화에서는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으며 “제시된 기간 동안 전 세계 국가와 포괄적인 합의에 이를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이뤄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일부 개정의 사례를 들며 “자동차·철강 관련 규정을 손보는 데만 8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꼬집었다.

현지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의 대상이 된 국가들에 경제적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술을 취하고 있는 만큼 실제 협상 진행은 각국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무역팀은 90일 안에 최소 90개국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행운을 빈다’고 말할 뿐”이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당장 마로스 세프코비치 유럽연합(EU) 집행위 무역담당 부위원장이 무역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미국 측 담당자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 기간 아르헨티나에 머물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를 상징적인 장면으로 지목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여력이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동맹국은 ‘원스톱 쇼핑’, 국가별 맞춤형 협상 추진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대상으로 관세 협상에 방위비 분담 문제를 연계한 ‘패키지 딜’ 전략을 공식화했다. 그는 10일 백악관 회의에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을 위해 해마다 수천억 달러를 쓰는데, 그들은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방위비는 무역과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스톱 쇼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무역과 안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관세 문제를 함께 논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방위 부담을 확대하는 대신, 일부 무역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제안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관세와 방위비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방안은 표면적으로는 상호 호혜적이지만, 그 목적이 미국의 무역 흑자 확대에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철강, 반도체 등 첨단 산업 협력을 조건으로 협상력을 높여 대화에 나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우리보다 한발 빨리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일본은 이미 방위비 분담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논의를 전개 중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방위비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알고 있다”면서 “미일 동맹은 일본의 외교·안전보장 정책의 기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이 일본에 제시한 상호관세는 24%로 한국(25%)과 비슷한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상호관세의 대상이 된 모든 국가와 맞춤형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무역대표부와 재무부가 국가별 협상 전략을 수립 중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현재 재무부의 핵심 직책 중 하나인 국제문제 담당 국장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등 인력 부족이 심각해 최종 전략 수립에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급한 건 미국? 협상 지연·확대 줄 이어

이에 일각에서는 각국이 협상 지연 전략을 통해 미국의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관세 공포에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한 미국으로선 협상에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고, 이는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상호관세 시행이 발표됐을 때 미국 국채금리는 이상 급등을 보였다. 이는 수요 감소에 따른 현상으로, 미국의 금융 체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서둘러 상호관세 유예를 선언한 배경이다.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패키지 딜을 적극 환영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전 보장과 에너지 협력 등 정책 패키지를 우선 정리한 뒤 대미 교섭에 본격 나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투자 확대를 포함해 쌍방의 이익이 되는 폭넓은 협력의 자세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U 또한 무역 적자 문제와 산업 보호 조치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EU는 미국의 관세 유예 조치가 발표된 직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향후 있을 협상에서 유럽의 산업 보호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도 앞서 언급한 전략 산업 지원 확대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주요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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