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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애물단지 전락한 인천 물류센터들 속속 매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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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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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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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일대 물류센터 매물 홍수
고정비 감당 힘든 대기업도 시장 이탈
“저가매수 기회” 외국계 자본 움직임
인천 항만배후단지 및 물류단지 현황/자료=인천항만공사

최근 수도권 서부 물류벨트에서 복합물류센터 매각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한 모습이다. 특히 인천 일대의 물류센터는 항만과 가까워 일정 수준의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매물이 속속 쏟아지면서 “항구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이에 물류센터 시장 전반이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인천 북항·남동 물류센터 공실 리스크 현실화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최근 인천 서구 원창동에 위치한 물류센터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제이세상이 보유 중인 북항 F-3, 7BL 물류센터와 동행건설이 보유한 북항 C1 저온 물류센터 등이다. KB부동산신탁은 이들 두 물류센터의 매각 희망가로 각각 약 1,200억원, 8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일대는 국내 물류 인프라 개발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북항·남동·청라 일대는 수도권 내 해상물류 및 항만 물류의 중추 거점 역할을 해왔고, 대형 복합물류센터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유통 기업들의 입점이 기대되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봇물 터지듯 쏟아진 물류센터 신축·개발이 무색할 정도로 수요가 크게 꺾이며 공실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남동스마트 NIC 복합물류센터는 한때 쿠팡과 배달의민족 임차가 예정된 곳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이 센터 역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대지면적과 연면적이 각각 2만3,362㎡(7,067평), 8만2,482㎡(2만4,951평)에 달하는 해당 물류센터는 저온창고 58.2%, 상온창고 40.2% 및 사무실 1.5%로 구성돼 있다. 물류센터 소유주인 캡스톤자산운용은 부동산 서비스 전문기업 젠스타메이트 관계사 메이트플러스를 주관사로 선정, 지난 1월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 흐름이 몇몇 소유주의 단기 유동성 확보 차원이 아니라, 시장 구조적인 수요 부족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내 핵심 물류거점조차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일부 시장 참여자의 부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소유주가 임대가 아닌 매각을 택한 것은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고 자산 정리 후 시장 이탈을 선언한 것과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해석이다.

경기 안성시 가유지구 물류센터 현장/사진=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기업 전략적 유연성 저해하는 걸림돌로

대기업들 역시 물류센터를 전략 자산으로 보던 시각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더 이상 보유 자체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물류는 미래다’라는 취지 아래 많은 대기업이 직접 센터를 보유하거나 선매입 약정을 통해 투자에 나서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HDC그룹이 보유한 안성 가유지구 물류센터가 매물로 전환된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HDC는 당초 국내 한 자산운용사와 선매입 약정을 체결한 뒤 안성 물류센터 개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하지만 물류센터 과잉 공급 등의 영향으로 해당 운용사가 매입 이행을 거절했고, 준공 이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결국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HDC 관계자는 “투자 수익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지고 있을수록 돈이 나가는 구조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HDC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대기업 입장에서 물류센터는 이제 회사의 전략적 유연성을 저해하는 ‘고정비 덩어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면서 외부 물류센터 임차 수요는 더 크게 위축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에 따라 직접 보유보다는 필요할 때 임차로 전략을 전환하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외국 자본은 포트폴리오 확대 분주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저평가된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난해 7월 경기 부천의 복합물류센터를 약 3,000억원에 매입했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는 국내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를 통해 물류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김포 성광 물류센터를 인수하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

이 같은 외국계 자본의 유입은 단순한 저가 매수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입지와 수요를 철저히 분석해 상온 창고와 같은 우량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시리즈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한창이다. 이는 신규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 시장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열매 코람코자산운용 R&S실장은 “물류센터 인허가 물량이 2022년 상반기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물량이 감소해 과잉공급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라면서도 “누적된 미착공 물건들이 속속 착공에 나서면서 공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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