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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장 존폐 기로, 생산라인 부평 통합 검토 "6개월 관세 지속 땐 창원공장 폐쇄 가능성" 한국GM “물량 확대” 발표로 철수설 차단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이 창원공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회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달 3일 오후 1시 1분(한국 시각)부터 미국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붙으면서 한국GM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국GM은 국내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창원공장 일부 인력, 부평 이동 소문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내부에서는 미국의 관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창원 공장을 정리하고 생산 라인을 부평 공장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 승용차 사업부를 인수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GM은 인천 부평, 전북 군산, 경남 창원 등에서 완성차 공장을 운영했다. 이후 2018년 GM 본사가 글로벌 사업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인 명신에 매각했다.
한국GM은 현재 부평공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Sports Utility Vehicle)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만들고 있다. 수출 전용 소형 SUV인 뷰익 앙코르 GX와 쿠페형 SUV 뷰익 엔비스타도 부평공장에서 생산된다. 창원공장에서는 소형 SUV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생산 중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부평공장이 창원공장에 비해 생산 차종이 많기 때문에 이곳으로 생산 라인을 통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창원공장의 생산직, 사무직 근로자 중 일부가 부평공장으로 이동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GM 한국사업장, 관세로 1.2조 손실 우려
한국GM은 사실상 미국에서 팔 차량을 만드는 하청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총 49만9,559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약 84%에 해당하는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그동안 미국 시장의 호조 속에 한국GM의 실적도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022년 영업이익 2,766억원으로 만성적자를 청산하고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국GM은 이듬해인 2023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인 1조3,50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최대 판매고를 쓴 만큼 영업이익 역시 2023년과 유사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GM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는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상호 관세가 아닌 품목별 관세라 GM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량 역시 미국에 들어가려면 관세를 내야 한다.
단적으로 한국GM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의 대당 평균 가격을 3,000만원으로 추산할 때 관세가 10%만 부과되더라도 300만원이 수익에서 빠진다. 이를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인 42만 대에 적용하면 1조2,600억원의 수익이 줄어든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2023년 전체 영업이익(1조3,501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철수라니? 생산 더 늘릴 것"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철수설이 확산되자 한국GM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GM은 인천 부평공장에서 연간 2만1,000대를 추가 생산하기로 한 점을 확인했다. 윤명옥 한국GM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겸 커뮤니케이션총괄(전무)은 “회사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부평·창원 공장은 정상 가동하고 있고,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산량(증산)”이라고 말했다.
본사와의 증산 조율 시점에 대해서는 “관세와 무관하게 수요 예측팀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증산을 한 것이고, 북미 수요가 강하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GM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4종 SUV는 GM의 저가 전략 모델로 지난해 미국 판매량의 약 13%를 차지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도 지난 16일 경기 광명에서 열린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출시 행사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가 장기화되면 한국GM은 실적 악화를 피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전면 철수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상당 폭의 구조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제조사가 미국 내 생산 시설이 많아 해외 생산 물량을 다시 미국으로 옮기기 쉽다고 분석했다. 만약 한국GM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 생산 시설을 줄이고 일부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