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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은 일하고, 청년층은 쉬고" 국내 고용시장 양극화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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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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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취업전선 뛰어드는데" 청년 고용 지표 악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 심화하며 취업 포기 청년 속출해
유사 문제 겪었던 日, 어떻게 극복했나

고용 시장에서 연령대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청년층을 포함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고용 상황은 눈에 띄게 악화하는 양상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공기업 일자리가 감소하자, 높은 임금·복지 수준을 원하는 청년들이 만족스러운 취업처를 찾지 못하고 고용 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고용 시장은 거꾸로 간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2,88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4,000명 증가했다. 고용률 또한 63.2%로 같은 기간 0.2%p 상승했다.

표면적인 수치만 봤을 때는 상당히 양호한 지표지만, 그 이면에는 뚜렷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체 취업자가 19만 명 이상 늘어나는 동안 경제의 중심축인 생산가능인구 취업자 수는 오히려 14만5,000명 줄었다. 작년 3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생산가능인구의 빈자리는 고령층이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자 수는 34만 명 늘었다.

청년 고용 지표는 줄줄이 악화했다. 4월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9,000명 줄었고,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5.3%로 지난해 4월 대비 0.9%p 하락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000명 늘어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는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쉬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다.

청년층, 왜 고용 시장 떠났을까

청년층과 고령층의 고용 상황이 뚜렷이 상반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온도 차가 일자리에 대한 연령대별 '눈높이'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현재 국내 고용 시장에는 대기업, 공기업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며 "일자리의 '질'에 크게 개의치 않고 당장의 일거리가 간절한 고령층은 비교적 쉽게 직장을 찾을 수 있지만, 임금 수준과 업무 환경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청년층은 저임금 일자리를 택하는 대신 아예 고용 시장을 이탈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년층이 중소기업 등의 취업처를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것은 취업한 기업의 규모에 따라 임금 수준에 엄청난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임금노동자의 평균소득(591만원)은 중소기업 임금노동자 평균소득(286만원)의 2.07배에 달한다. 중소기업에 입사한 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에 타협해 중소기업 취직을 택한 청년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이에 더해 고용 시장의 경력직 선호 흐름도 청년층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를 통해 “최근 들어 신입보다 업무 경험을 갖춘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채용 방식도 정기 공채에 비해 경력직 채용에 적합한 수시 채용 위주로 바뀌고 있다”며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 상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비중(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고용정보원)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로 크게 늘어났고, 기업들의 정기 공채 비중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줄었다.

日 청년 '니트족' 줄어든 이유

일본도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 우리나라의 '쉬었음' 인구와 비슷한 '니트(NEET)족'이 청년층 사이에서 급증하며 고용률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교육, 취업, 직업 훈련 중 어느 것에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12년 이후부터 일본 고용 시장이 뚜렷한 호조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2012년 이후 12년간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대졸 취업률이 무려 98.1%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했다면 거의 기업을 골라 갔다고 봐야 할 정도다.

일본 고용 시장이 안정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아베 2차 내각이 들어선 2012년부터 양적 완화를 택한 일본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 전반에 숨을 불어넣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 심화로 인구가 감소하고 절대적인 노동력이 부족해진 점 역시 고용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 고용 시장 특유의 채용 구조도 취업률 제고에 도움을 줬다. 일본 대졸 신입사원의 급여는 23만7,300엔(약 228만원) 수준이며, 대기업이나 금융권 신입사원의 월 급여도 30만 엔(약 290만원)을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 급여 수준을 높이는 것보다 고용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에서 1명을 고용할 일에 1.5~2명을 고용한다"며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 인상 폭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률이 높긴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 소비 감소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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