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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中 드론, 대만 도서 침입 발생 대만, 中 대응을 위한 비대칭 방어력 강화 4년 간 4만7,000대의 신규 드론 조달 추진

중국의 침공 위협을 받는 대만이 수백만 대 규모의 드론 군단 창설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만의 드론 개발을 주관하는 국책 연구기관 중산과학연구원(NCSIST)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드론 플랫폼을 제공했던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운영체계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으로부터 1,000여 대의 군사용 드론을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강화해 대만의 드론 생산능력을 연간 18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오테리온 OS와 통합해 대규모 드론 편대 운용
26일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지난주 NCSIST와 미국의 드론 소프트웨어 업체 오테리온(Auterion)은 차세대 군사용 드론 시스템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오테리온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드론 운영 체계(OS)와 인공지능(AI) 군집 드론 플랫폼 '네메시스'를 대만의 드론 시스템에 적용·통합할 예정이다. OS와 플랫폼이 통합되면 해당 소프트웨어는 향후 NCSIST 및 대만 민간 기업이 생산하는 수십만 대의 차세대 드론에 탑재돼 대규모 드론 편대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제휴는 최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발표한 비대칭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대만 정부는 드론 전력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규정하고, 드론부대를 창설하는 등 군 구조개편에 나섰다. 대만 민주주의·사회·신흥기술연구소(DSET)에 따르면, 현재 대만의 연간 드론 생산 능력은 8,000~1만 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대만 정부는 향후 4년간 총 4만7,000대의 신규 드론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2028년까지 연간 18만 대의 드론을 생산하고 9억 3,700만 달러 규모의 생산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군과 민간이 각각 드론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
대만 정부가 군사용 드론 개발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2022년 이후 이어지는 중국 드론의 침입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22년 8월 대만 얼단도에서 중국 공산당의 민간용 드론이 발견됐다. 얼단도는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4~5㎞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대만의 최전방 기지다. 당시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 무인기가 대만군 초소를 찍은 영상이 널리 퍼졌다. 영상에는 군복을 입고 총을 멘 대만 군인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고, 일부 군인이 드론을 향해 돌을 던지는 모습도 담겼다.
당시 대만 국방부는 드론 침입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지침이 없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 속 병사가 드론을 쫓아내기 위해 돌을 던지는 장면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대만 국방부는 중국 드론이 상공에 진입할 경우 실탄 사격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침범한 드론을 발견한 경우 망원경으로 고도와 비행 경로를 식별한 후 촬영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지역 작전부대에서는 장병 1인당 실탄 10발씩를 지급해 일제 사격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대만 정부는 군과 민간이 각각 드론을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만의 무기 개발의 산실로 평가받아 온 NCSIST가 중·대형 무인기 개발을 전담해 정찰과 타격이 동시에 가능한 전략 드론을 개발하고, 실전 배치된 ‘훙췌(紅雀)’ 등 군용 규격 소형 드론의 연구개발(R&D)과 제조는 민간 업체에 맡겨 신속한 양산과 기술 혁신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중국 드론의 벌떼 공격에 대비해 자폭형 소형 무인기 '젠샹' 등 일부 드론은 군과 연구소의 테스트를 거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美 군사용 드론 1,000여 대 들여오기도
미국과의 군사적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새뮤얼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1차 전략은 드론, 무인항공기 등 수천 기의 무인 전력을 동원해 중국군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기밀 무기를 동원해 대만해협을 '무인 지옥(unmanned hell)'으로 만들고 싶다"며 "이 전략을 통해 중국군을 한 달간 무력화시키고, 본격적인 미군 투입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0월 대만 국방부는 사실상 미 대사관 역할을 하는 재대만미국협회(AIT)와 군사용 드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52억7,000만 대만달러로, 대인 타격용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 300형 685대와 대장갑 타격용 알티우스 600M-V 291대를 포함한다. 이들 드론은 목표 지역을 정찰한 뒤 표적이 식별되면 자율적으로 타격하도록 설계됐으며 스위치블레이드는 20분 동안 최대 30㎞, 알티우스는 4시간 동안 최대 440㎞를 비행할 수 있다.
대만군은 해당 드론을 북부 타오위안, 중부 타이중, 남부 가오슝, 동부 화롄 등 대만섬 사방의 주요 전략적 위치에 전진 배치해 중국의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대만 국방부는 "새로 수입하는 드론을 기존 국산 드론과 함께 운용하고, 이를 활용해 기존 정밀 미사일과 함께 다층적 억제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드론 판매를 승인하면서 “대만 군대를 현대화하고 신뢰할 만한 방어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