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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계 때문에 일하는 노년층 증가 ‘저임금 계약직 육체노동’이 대부분 노동 개혁 없이는 청년층 부담도 가중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일본의 노년층 고용률 증가는 성공 사례처럼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의 1/3이 직업을 가졌다니 ‘생산적 노화’(productive aging)의 실현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실상을 알면 이야기는 어두워진다. 다수의 노년층 인구가 직업에 복귀한 것은 자발적이기보다 생계를 위한 것이고 대부분 저임금 육체노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노년 인구 고용률-빈곤율 ‘동시 상승’
일본 정부는 910만 명의 노년층이 고용 상태에 있다고 내세우지만, 대부분은 소매업이나 돌봄 노동을 포함해 보수가 전국 중간값에 한참 못 미치고 복지도 미약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시니어로서의 경험이 필요한 역할도 아니고, 생계에 허덕이는 은퇴자들이 마지못해 얻은 일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60~64세까지 84%이던 고용률이 70세를 넘으면 26%로 떨어진다.
일본 노년 인구 5명 중 1명이 빈곤층에 속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 그중에서도 독신 여성은 44%가 빈곤선 아래 있어 30%의 남성보다 더 취약하다. 수십 년 동안의 차별적인 임금과 가사 의무로 저축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부에 따르면 이들 여성 중 늘어난 병원비로 금전적 압박을 받는 비율이 2020년 이후 28% 증가했다.
일본의 연금 제도는 어마어마한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년 부양 비율(dependency ratio,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50년이면 7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층은 이미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사회보장세를 내고 있다. 연금 수령 나이를 높이면 재정 압박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저임금 계약직에 종사하는 수많은 은퇴자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다.
방치하면 한국처럼 노년 빈곤층 ‘계속 늘 것’
관련하여 최악의 상황은 이미 한국이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취업률에도 한국의 노년 빈곤율은 40%에 이른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도 빈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노년층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주: 일본, 한국, 스웨덴,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좌측부터)
일본의 근본적인 문제는 오래된 고용 관행에 있다. 보통 일본 직장인의 임금은 중년에 정점을 찍은 후 은퇴와 함께 계약직으로 전환되며 급격하게 줄어든다. OECD에 따르면 70% 이상의 일본 기업이 관행을 따르며 이때 깎이는 임금은 30% 이상이라고 한다.

주: 연평균 소득(짙은 청색), 소득 대체율(청색), *은퇴 전(Pre-retirement), *은퇴 후 재고용(Rehired)
일부 기업은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노년층 직원들에게도 성과 기반의 급여와 승진 가능성을 열어 놓아 소득 하락분을 줄여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들어 다이킨 인더스트리(Daikin Industries)는 기술직에 대한 강제 은퇴를 없애 직원 이탈을 줄임으로써 30억 엔(약 282억원)에 달하는 채용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첨단 기술 활용한 ‘노동 재설계’가 해법
은퇴 연령을 늦추자는 제안은 노년층의 건강이 개선됐다는 것을 가정하는데, 이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신하기는 어렵다. 기대 수명은 늘어났지만 68세 이후 만성 질환이 급격히 늘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 개선만으로 노령층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 부분에서 개선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기술을 활용해 노동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소사이어티 5.0(Society 5.0, 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향상) 계획하에 로봇 활용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고 노년층에게 덜 힘들고 보수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노인 전용 구직 사이트가 개인교습, 번역 등의 프리랜서 일자리와 은퇴자들을 연결해 소득과 직업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
정책 당국은 선임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기업들에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해 해당 정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0.3%만 투자하면 수십만 명의 중장년 인구가 고부가가치 일자리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노령층과 청년층 간 ‘형평성 문제’
그리고 개혁이 반드시 청년층의 희생을 발판 삼을 필요는 없다. 고소득층 부부에 대한 세제 지원만 없애도 GDP의 0.4%를 줄일 수 있어 극빈층 노인에 대한 기본 연금을 15% 높일 수 있다. 뉴질랜드 정책을 참고해 연금액을 소득 및 자산 증감에 연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정확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노령화 문제는 형평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은퇴자들이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도 문제고, 청년들이 오르지 않는 임금과 늘어나는 세금에 시달려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따라서 진정한 개혁은 노년층이 사회에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성과 기반의 임금과 보다 나은 전직 기회, 디지털 기술에 의한 노동 재설계 등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오래 산다는 것이 빈곤에 허덕이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자존감을 지키며 일하거나 안정감을 느끼며 은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야스오 타카오(Yasuo Takao)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s senior employment challeng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