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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장 1호, 고성능 서버에 친환경 냉각 시스템까지 갖춰 동수서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부 고원지대에 구현 컴퓨팅 허브 8곳 구축, 전 국토 잇는 디지털 경제 실현

중국의 국토 전체를 연결하는 대규모 컴퓨팅 네트워크 사업이 티베트 고원지대까지 확장됐다. 최근 티베트 자치구 산난시 야릉장포강 유역에 건설된 대규모 AI 전용 컴퓨팅센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기존 닝샤, 간쑤 등 서북 지역을 넘어 티베트까지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하며, 서부 고지대의 자연환경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고효율 데이터센터 모델을 선보이게 됐다.
SCMP "티베트, 디지털 경제 고속 성장 단계 진입"
29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8일 티베트 자치구 산난 야릉장포강 유역에 세워진 티베트 최초 대규모 AI 전용 컴퓨팅센터 야장(雅江) 1호가 준공식을 갖고 공식 가동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 차원의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이 서부 고원지대에서 구현된 첫 사례로 티베트 디지털 경제가 본격적인 고속 성장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해당 매체는 강조했다.
2022년 시작한 동수서산 프로젝트는 컴퓨팅 수요가 광범한 동부 지방의 데이터 처리를 에너지가 풍부한 서부 지방으로 옮기는 전략으로 그동안 서북지방 닝샤회족자치구, 간쑤성까지는 진출했으나 이번에 처음 티베트까지 확대했다. 티베트 야장컴퓨팅 테크와 산난시 나이동구가 공동 출자한 이 프로젝트는 256대 고성능 서버를 배치해 2000 페타플롭 연산능력(1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번 연산처리)을 갖추고 있다.
티베트 야룽창포 컴퓨팅 테크놀로지컴퍼니와 지방 정부가 공동 개발한 야장 1호는 초기 단계에 256개 이상의 고급 컴퓨팅 서버가 배포돼 총 2000페타플롭스(초당 200경회 부동 소수점 연산)의 처리 능력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티베트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태양광과 폐열 회수가 결합된 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 효율(PUE)을 1.3 이하로 유지해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40% 향상된 에너지 효율을 실현했다.

동부 데이터 처리 수요와 서부 전략 자원 연계 목적
지난해 1 중국 국가데이터국(NDA)은 전국을 통합하는 대규모 컴퓨팅 파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가데이터국은 사업 추진 배경과 관련해 "동서 간 컴퓨팅 파워 격차는 최근 몇년간 좁혀졌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해당 사업은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동부의 막대한 데이터 처리 수요와 서부의 풍부한 전력·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국가 전체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8대 국가 컴퓨팅 허브 구축은 동수서산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 전략으로 꼽힌다.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창장삼각주(상하이·장쑤·저장·안후이),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청위(청두·충칭) 등 경제적으로 발전된 4개 지역은 대규모 산업단지와 첨단기술 기업, 방대한 데이터 수요를 기반으로 국가 디지털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팅 시설, 지능형 컴퓨팅 인프라가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각종 산업용 데이터와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디지털 서비스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네이멍구, 구이저우, 간쑤, 닝샤 등 서부 4개 지역은 풍부한 전력 자원과 넓은 부지,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바탕으로 대형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파워를 수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허브는 동부의 데이터 처리 수요를 분산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지역 경제 발전과 신산업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국가 발전개혁위원회, 국가데이터국, 공업정보화부 등 주요 부처가 협력해 2025년까지 이들 허브가 중국 전체 컴퓨팅 파워의 최대 기여자가 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동서 지역 간 디지털 격차 해소와 전국적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파워 허브' 구이저우성, 디지털 경제 중심지 부상
이 중에서도 구이저우성은 2021년 5월 국가 컴퓨팅 파워 허브로 지정된 이후, 중국 서부 지역에서 디지털 경제의 중심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수서산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서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에서 첨단 컴퓨팅 엔진으로 탈바꿈했다. 2024년 말 기준 구이저우의 총 컴퓨팅 파워는 57엑사플롭스(EFLOPS)로 두 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 중 90% 이상이 지능형 컴퓨팅에 활용되고 있다. 화웨이 어센드 컴퓨팅 센터 등 클러스터형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이저우는 중국 내 최고 수준의 지능형 컴퓨팅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힘입어 구이저우성 정부도 26건의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광둥·쓰촨·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구이안 지역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컴퓨팅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자원과 컴퓨팅 파워를 통합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24년 말 기준 구이저우는 중국 전체 컴퓨팅 파워의 23%를 제공했으며, 113억 5,000만 위안 규모의 컴퓨팅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산업적 성과도 두드러진다.
구이저우의 컴퓨팅 파워는 영화·애니메이션 렌더링 등 실질적 응용 사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구이안 슈퍼컴퓨팅 센터는 ‘유랑지구’, ‘삼체’, ‘너자2’ 등 50편 이상의 영화·애니메이션 특수효과 작업을 지원했다. 한편, 구이저우는 기술 자립과 고급 인재 수급, 지역 간 연계 등 과제를 안고 있으나, 과학자 워크스테이션, 대학-기업 공동 연구실 등 혁신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2025년 말까지 중국 최대 규모의 컴퓨팅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구이저우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