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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잠정 동의의결안 한국만 없던 동영상 전용 상품 구글, 연내 8,500원에 출시키로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구글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음악 앱을 뺀 라이트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유튜브 라이트' 요금제가 출시되면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음원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분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이미 고착화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유튜브 독주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 압박에 '자진 시정'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유튜브 끼워팔기 혐의와 관련해 이 같은 내용의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다음 달 14일까지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인 의견을 받는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구글은 유튜브 영상과 음악 서비스를 묶은 유튜브 프리미엄만을 국내에 제공해 왔고, 영상만 제공하는 유튜브 라이트 상품은 출시하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음악 서비스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구글과 약 2개월간 협의를 거쳐 단독 영상 상품인 유튜브 라이트 출시와 함께 가격 동결, 소비자 할인 혜택, 음악산업 지원 등을 포함한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자진 시정방안을 조건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유튜브 라이트는 안드로이드·웹 기준 월 8,500원, iOS 기준 1만900원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1만4,900원·1만9,500원)의 57.1%, 55.9% 수준이다. 현재 유튜브 라이트가 출시된 미국, 영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6개국 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출시 이후 1년간 가격은 동결되며, 4년간은 유튜브 프리미엄 대비 가격 비율이 주요 해외 국가보다 높지 않도록 유지된다.
유튜브 라이트 상품은 영상 중단형 광고 없이 유튜브 영상 시청이 가능하지만, 음악 콘텐츠 광고는 유지되며 백그라운드 재생·오프라인 저장 기능은 포함되지 않는다. 유튜브 뮤직이 필요 없거나, 국내 음악 서비스를 별도로 이용하려는 수요층을 겨냥한 상품이다. 유튜브 라이트는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90일 이내에 출시되며, 공정위는 후속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면 연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음원 플랫폼 반등 기회될까
유튜브의 끼워 팔기가 막히면 고사 직전에 내몰린 토종 음원 플랫폼에 반등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서 유튜브 뮤직까지 이용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은 될 것”이라며 “일부만이라도 국내 서비스로 옮기면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광고 제거 기능만을 원하는 이용자들은 저렴한 유튜브 라이트 요금제를 결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튜브 라이트엔 유튜브 뮤직 혜택이 없으니 국내 음원 플랫폼에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유튜브 뮤직과 국내 음원 플랫폼 사이의 격차가 벌어져 있어서다. 앱·결제 데이터 분석 솔루션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유튜브 뮤직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79만 명으로 멜론(601만 명)·지니뮤직(260만 명)·플로(176만 명) 등을 압도했다. 여기에 음원 플랫폼 사용자가 기존 플랫폼의 개인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록인 효과’도 변수다.
유튜브 뮤직과 국내 음원 플랫폼의 가격 차가 크다면 갈아타는 이용자가 많을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유지할 경우, 광고를 제거한 유튜브와 유튜브 뮤직을 총 1만4,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유튜브 뮤직을 뺀 유튜브 라이트가 나온다면 유튜브 라이트와 국내 음원 플랫폼의 요금을 합친 값이 1만4,900원을 훨씬 밑돌아야 한다.
그러나 유튜브 라이트에 멜론(기본 요금제 스트리밍클럽·8,690원)을 이용한다면 매월 1만7,190원을 결제해야 한다. 지니뮤직의 ‘스마트 음악감상(8,140원)’을 이용할 경우 요금은 1만6,640원이다. 두 방식 모두 유튜브 프리미엄보다 비싸다. 구글이 유튜브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하더라도 국내 음원 플랫폼이 기회를 얻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료 음원 제공' 스포티파이와도 경쟁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의 경쟁도 부담 요소다. 스포티파이는 유튜브 뮤직 이탈자를 포섭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광고를 들으면 음원을 무료로 제공하는 '스포티파이 프리' 요금제를 출시한 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6월 MAU는 150만898명으로 전년 동기(74만 명) 대비 무려 103.4% 증가했다. 스포티파이 프리 출시로 급증한 후 5개월간 120만 명대에서 오르내리며 박스권에 갇혀있었는데, 지난 3월부터 다시 증가하면서 15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스포티파이는 유튜브 뮤직 유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음악 이용자 조사'에 의하면 2023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음원 앱을 이용하는 10대의 25%, 20대의 42.6%, 30대의 36%가 유튜브 뮤직을 이용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스포티파이 전체 유저의 48%가 10대, 25%가 20대, 11%가 30대다.
가수, 작곡가 등 음원 공급자도 해외 음원 앱을 선호한다. K-팝이 전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MAU가 높은 해외 음원 앱에 음원을 공급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4년 1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6억1,500만 명의 글로벌 MAU를 기록했다. 토종 음원 앱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이다 보니 국내 앱에 비해 큰 금액의 마케팅비용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은 물론 소셜미디어(SNS) 포털 광고, 옥외광고에도 적극적이라 국내 음원 플랫폼이 이를 따라잡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