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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취득세 감면 비율 50%로 상향 취득세 감면 혜택 적용기한을 2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 자녀 출산 5년 이내 적용하는 500만원 공제 기한도 연장

최근 지방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국회와 정부가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분양의 80% 이상이 지방에 몰려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세와 양도세 등을 감면해주는 세제 지원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으며 정부는 ‘미분양 안심환매’ 정책을 통해 건설사 유동성 확보와 공급 정상화에 나섰다.
윤영석 의원 등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의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의 의원은 지난 9일 악성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현행 취득가액 3억원 이하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취득해 2년 이상 임대할 경우, 취득세 감면을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하고 취득가액도 9억원 이하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취득세 감면 적용 기한을 올해 12월 31일에서 2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올해 12월 31일까지 자녀를 출산하거나 출산일로부터 5년 이내에 취득가액 12억원 이하의 1주택을 취득한 경우 산출된 취득세에서 500만원을 공제해 주고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 적용 기한을 2년 연장하고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를 면제하는 개정안도 추가로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윤 의원은 “비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미분양 주택이 상당수 적체돼 지역경제와 건설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취득세 감면 확대를 통해 지방의 악성 미분양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 물량은 2만7,013가구로 집계됐다. 전월(2만6,422가구) 대비 2.2%, 전년 동월(1만3,230가구) 대비 104.2% 늘어난 규모다.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23년 7월 2만1,480가구를 기록한 이후 22개월 연속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 중 약 83%(2만2397가구)는 지방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대구 3,844가구 경북 3,357가구 △ 경남 3,121가구 △부산 2,596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전북이 42.4%로 컸고 이어 광주가 20.1%로 뒤를 이어젔다.

'이중관세 논란' 건설사 원시취득세 감면 추진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를겪는 건설사를 위한 법 개정안도 잇달아 발의됐다. 올해 2월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건설사업자가 분양을 목적으로 건설한 주택에 대한 원시취득세(부동산 최초 취득시 내는 세금)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내용의 '지방세 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자가 분양 아파트를 건설하면 취득 시점에 2.8%의 취득세를 납부하고, 수분양자인 분양 계약자가 해당 주택을 인도받을 때 소유권 이전등기에 따른 취득세(1주택자 기준 1∼3%)를 또다시 부과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러한 이중과세로 인해 신규 주택 건축 시 주택건설사업자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 비용이 주택공급 원가로 반영돼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특히 지방의 경우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춰 분양하고 싶어도 공사비 증가 등으로 원가 인하 요인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개정안에는 2028년 12월 31일까지 사업자가 분양을 목적으로 주택을 원시 취득하고, 사용검사일로부터 1년 이내에 해당 주택을 분양한 경우, 주택사업자의 취득세를 감면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해 12월 최 의원은 지난해 말 수도권 밖에 소재한 취득가액 9억원 이하의 지방 미분양 주택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취득하면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해당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발의된 윤 의원의 개정안과 달리 감면 대상을 양도소득세로 특정하되 전액 감면에 집중한 법안이다. 최 의원은 "최근 건설업계의 법정관리와 폐업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과세 제도를 정비해 국민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첫 추경예산으로 환매조건부 매입 시행
이재명 정부도 지방 주택 시장의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 국토부는 첫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방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환매조건부매입'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에는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건설경기 활성화 예산이 편성됐는데 이 중 3,000억원은 '미분양 안심환매' 정책을 위한 예산으로 반영됐다. 이는 공공기관이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 매입한 뒤, 준공 후 일정 기간 내에 건설사가 이자 비용을 얹어 다시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올해 초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3,000호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나온 두 번째 미분양 대책이다. 지원 대상은 공정률 50% 이상, 분양보증 가입 지방 아파트다. 매입 규모는 2028년까지 총 1만호 수준으로, 연 3,000~4,000호가량을 소화할 전망이다. 전체 소요 재원 2조4,000억원 중 3,000억원은 추경,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주태도시보증공사(HUG) 자체 조달로 충당된다. 재정은 주택도시기금에 투입된 후 이를 HUG에 출자하는 방식을 통해 투입된다.
해당 정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행돼 1만9,000호 미분양 해소에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환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공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HUG의 재무 부담 우려도 나온다. 최근 HUG는 전세사기, PF 사고 여파로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요 진작을 위한 세제 지원, 공공 매입 등과 더불어 지방 수요 기반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매조건부 매입, 세제 지원 등은 단기 유동성 대응책일 뿐, 분양시장 구조 개편과 실수요층 중심 수요 확대 전략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