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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억 달러 투자 MS, IP 우선권 보유 MS, 오픈AI 영리법인·공익법인 전환 반대 실패 시 소프트뱅크 200억 달러 투자 못받아

3년 전 챗GPT로 인공지능(AI)의 대중화 시대를 연 오픈AI가 잇따른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핵심 인재 유출과 AI 스타트업 인수 무산, 오픈소스 모델 출시 연기 등이 이어지면서 기술·조직·전략 전반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윈드서프' 인수, MS와의 IP 계약 문제로 불발
14일(현지시간) 테크업계에 따르면 오픈AI 위기론에 불을 지핀 것은 윈드서프 인수 무산이다. 윈드서프는 사용자의 지시만으로 코드를 작성·실행할 수 있는 'AI 코딩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오픈AI는 급성장하는 AI 코딩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며 자체 AI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 30억 달러(약 4조1,400억원)에 윈드서프 인수를 추진했다. 오픈AI는 지난 5월 윈드서프와 인수의향서를 체결했지만, 독점 협상 기간 내에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 틈에 구글이 24억 달러를 들여 윈드서프 최고경영자(CEO)와 엔지니어들을 영입했고, 기술 라이선스까지 확보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오픈AI의 원드서프 인수 실패의 원인으로 MS를 지목한다. 윈드서프 측은 인수 후 자사 기술의 권리가 MS에 넘어갈 수 있는 구조에 반발했다. MS는 오픈AI에 약 130억 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하고 상업화 파트너로서 주요 기술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는데, 계약 조항에는 인수 기업의 지식재산권(IP)도 포함돼 있다. 윈드서프는 경쟁 제품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을 소유한 MS가 자신들을 기술을 통제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인수 무산으로 오픈AI는 챗GPT 모델의 성능을 끌어올릴 기회는 물론 인재도 놓치게 됐다.
실제 이들이 갈등을 벌인 사이 구글은 윈드서프의 핵심 인력들을 데려오며 사실상 인수 효과를 얻었다. 바룬 모한(Varun Mohan) 윈드서프 CEO와 공동창업자 더글라스 첸 및 주요 연구자 등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구글 측은 "윈드서프 팀의 최고 AI 코딩 인재들이 구글 딥마인드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며 "이들이 우리의 '에이전트 기반 코딩' 연구를 더욱 진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픈AI 영리화 결국 실패
오픈AI와 MS의 갈등은 조직 개편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오픈AI는 지배 구조와 투자 유치의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영리법인 전환을 추진했지만 외부 반발로 포기했다. 대안으로 영리성을 강화한 공익법인(PBC)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MS와의 협의가 지연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초 브렛 테일러(Bret Taylor) 오픈AI 이사회 의장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 구조를 PBC로 개편해도 비영리 단체가 오픈AI의 경영권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오픈AI는 비영리 단체 이사회가 2019년 설립된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통제하는 구조다. 이날 오픈AI는 PBC 역시 비영리 단체의 감독과 통제를 계속해서 받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오픈AI는 최근까지 원활한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영리화에 속도를 내왔다. 2015년 ‘인류의 혜택을 위해 일반인공지능(AGI)을 개발한다’는 사명 아래 비영리 단체로 출발했지만, 더 나은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확장할수록 이를 운영하기 위한 지출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외부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비영리 가치’만을 추구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오픈AI는 2019년 3월 수익에 상한선을 둔 유한책임회사(LLC) 형태의 영리법인을 설립했다. 2019년 7월 MS의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투자부터 시작해 그간의 크고 작은 투자가 LLC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말 오픈AI는 영리에 한층 더 초점을 맞춘 PBC로 기업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픈AI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해 투자자 등과 한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은 법원과 캘리포니아·델라웨어주 정부에 오픈AI 영리화 반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외부 반발이 극심해지자 오픈AI는 결국 비영리화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는 소프트뱅크 등 외부 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소프트뱅크는 올 3월 최대 4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제안했고, 이 중 100억 달러를 지난 4월에 선지급했다. 300억 달러에 대해서는 오픈AI가 내년 초까지 PBC 전환을 완료할 경우에 한해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MS 협조를 얻지 못해 전환이 무산되면 소프트뱅크는 300억 달러 중 100억 달러만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MS는 오픈AI 구조 개편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과 독점적 권한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유출까지 겹악재
이처럼 자금 조달과 구조 개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핵심 인재 유출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메타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오픈AI 출신 핵심 개발자 12명을 고액 보상 조건으로 영입했다. 경영진은 직원들의 보상을 정비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연구개발(R&D) 역량과 직원 사기가 상당히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경쟁도 부담이다. 구글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GPT-4와 유사하거나 이를 일부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텍스트와 이미지를 입력하면 영상과 오디오를 생성하는 '비오3(Veo3)'는 오픈AI의 '소라(Sora)'와 비교했을 때 영상 품질과 제작 편의성 측면에서 훨씬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이달로 예정됐던 오픈소스 AI 모델 출시를 안정성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
AI 경쟁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머스크 CEO가 운영하는 xAI는 그록(Grok)과 자율주행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결합해 피지컬 AI로 연결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오픈AI는 아이폰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와 협력해 AI 하드웨어 기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실체조차 공개되지 않아 피지컬 AI 경쟁력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