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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책에 꽉 막힌 재건축·재개발, 공급 위축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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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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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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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 의무화, 공사비 8% 올릴 것” 전망
이주비 6억 제한, 강남·여의도 재건축 단지 영향
“이주비는 이주 대책, 대출규제 적용 불합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경/사진=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도심의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막상 시장에 적용되는 정책은 반대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에너지 정책 인증 의무화로 공사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6·27 대책의 대출규제가 이주비 대출에도 적용되면서 재건축 사업의 진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 규제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영향'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의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0일 낸 시공사 입찰공고에서 공사비를 3.3㎡당 1,12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2023년 3.3㎡당 공사비를 1,070만원으로 잡았다. 이외에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의 강남원 효성빌라 재건축 조합은 지난 6월 3.3㎡당 1,550만원에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압구정2구역은 3.3㎡당 공사비가 1,150만원, 한남2구역은 939만원이다.

공사비가 치솟은 가장 큰 요인은 자잿값 상승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131.01로 5년 전인 2020년 5월보다 30% 이상 올랐다. 향후 공사비는 더욱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0일 이후 사업계획 승인 신청분부터 개정된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이 적용돼서다.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는 에너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 창의 단열재와 강재문(현관문)의 등급을 높이고, 단위 면적당 조명 밀도는 낮춰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로 인해 공동주택 공사비가 최대 8%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6·27대책도 재건축 사업의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 조합원의 권리가액과 분양가액, 추가분담금 등이 확정되는데, 바로 뒤 단계인 이주, 철거에서 이주비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규제는 지난달 27일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모든 재건축 단지에 적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정비사업장 53곳, 4만8,000가구가 이 규제에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이주비가 실질적으로 조합원 개인에게 귀속되는 대출로 보고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간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시공사인 건설사의 신용을 보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강남권과 여의도, 용산 등 자산평가액이 높은 서울 재건축 단지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들 재건축 단지는 종전가치 평가액이 최대 30억원 수준으로, 기본 이주비만 15~20억원이 나온다. 한남2구역, 여의도 대교아파트, 강남구 개포 우성 6·7차, 송파구 잠실 우성 4차 등은 주변 전셋값이 비싸 이주비 6억원으로는 거주공간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유주택 조합원의 경우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 처분해야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 '공급 위축' 의견에도 규제 강행

이번 규제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수도권과 규제 지역의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예외 없이 제한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주택 공급 측면만 놓고 보면 조합원들이 잔금과 이주비 등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어 당장 정비사업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규제 발표 전에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신규 택지 공급이 마땅치 않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선 공급의 상당수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기다리는 조합은 모두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권에 들어간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강남구 개포주공 5·6·7단지, 송파구 잠실 우성4차, 동작구 노량진 1구역 등 52곳의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가구 수로 따지면 5만 세대가 넘는 주택이 공급 위기에 부닥친 것이다.

이 같은 국토부의 주택 공급 우려에도 금융당국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한 수요 억제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국토부에 “앞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그 파장은 제한적”이라며 “또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이주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예기간이 충분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은 집값 오를 것" 공급 확대 후속대책 필요

당장은 정부가 6·27대책을 시행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지만, 주담대 제한 효과가 다하기 전 주택 공급을 늘리는 신호를 보내야 본격적으로 주택 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첫째 주(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0.40%에서 0.11%포인트(p) 하락한 0.29%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특히 집값 상승을 견인하던 강남구(0.73→0.34%)를 비롯한 강남 3구의 상승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강세를 보이던 마포구(0.85→0.60%)와 성동구(0.89→0.70%)는 여전히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지만 오름폭이 소폭 낮아졌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신규 입주 물량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상승의 연쇄 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8,614가구로 올해 4만6,738가구보다 38.8% 감소한다. 초유의 주담대 규제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으나, 주택 공급 부족이 누적되면 규제 이후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학습 효과로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도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일까지 15일간 전국 9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보면,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이 오를 것이란 응답은 49%로 상반기(32%)와 비교해 17%P 증가했다. 조사 기간에 6·27대책이 발표됐지만 집값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가 절반에 육박한 셈이다. 이들은 상승 요인으로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32.7%), '서울 등 주요 도심의 공급부족 심화'(9.13%) 등을 꼽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6·27대책 후속 조치로 어느 정도 수준의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서울 집값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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